국정원 목포 출장소, "보물정보 상당부분 사실" 보고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02분


이형택씨 구속 수감
이형택씨 구속 수감
1999년 12월 당시 이형택(李亨澤)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요청으로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엄익준(嚴翼駿·사망)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청탁해 이뤄진 보물 탐사 작업 후에 국정원 목포출장소가 ‘발굴 사업자들의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는 보고서를 엄 차장에게 제출한 사실이 1일 밝혀졌다.

이는 이 전 수석이 “보물 매장 정보에 대한 확인을 엄 차장에게 요청했으나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어서 이형택씨에게 연락해 줬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돼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다음주 초 이 전 수석을 소환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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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또 이형택씨가 자신과 가족의 가차명 계좌를 통해 10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 온 사실을 밝혀내고 돈의 출처를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99년 12월20일 당시 엄 차장이 국정원 경제1과장을 통해 국정원 목포출장소장에게 현장조사를 지시했고 출장소장은 4일 뒤 목포해경에 요청해 인력과 장비를 지원받아 탐문조사와 수중탐사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출장소장은 탐사작업 후 경제1과장을 통해 “해저동굴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발굴사업자의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엄 전 차장에게 제출했다. 엄 전 차장은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해군에 협조요청을 지시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따라서 엄 전 차장은 이 전 수석에게도 같은 내용의 긍정적인 보고서 내용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비자금 관리와 관련해 특검팀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첨부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서 “피의자는 자신과 가족의 계좌에 입금된 거액의 금원에 대해 출처를 제대로 대지 못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조흥캐피탈 매입뿐만 아니라 2000년 11월 이용호(李容湖)씨에게서 조흥은행이 보유한 조흥캐피탈 리스 채권을 장부가의 62%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위성복(魏聖復) 조흥은행장에게 청탁한 사실도 확인했다.

한편 이형택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1일 밤 구속 수감됐다.

서울지법 영장전담 이제호(李齊浩) 판사는 이날 오후 10시경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씨가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으며 특별검사팀이 제시한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형택씨는 국가정보원과 해군 등에 보물 발굴 사업 지원 청탁을 해준 대가로 사업 이익의 15%를 받기로 했고, 이용호씨에게 땅을 비싸게 판 대가로 이용호씨의 조흥캐피탈 매입 과정에 개입해 위 행장에게 청탁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기자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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