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밤에 뛴다…"우린 올빼미 조깅족"

  • 입력 2002년 2월 1일 21시 09분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이젠 이 노래 가사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아침보다 저녁 시간에 운동을 즐기는 ‘야간 조깅족’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야간 조깅족은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운동을 하기 때문에 운동 효과뿐만 아니라 친목 도모까지 덤으로 얻고 있다.

1일 밤 9시 인천 연수구 동춘동 연성중학교 운동장.

30∼40명의 주민들이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가볍게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모두 운동복 차림에 두툼한 겉옷까지 껴 입었지만 하얀 입김을 뿜어내면서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400m 트랙을 뛰다가 힘에 부치면 잠시 걷고 그러다 다시 뛰고. 더러 젊은 사람들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100m 경주를 하기도 했다.

야간 조깅 경력 6개월째인 회사원 이원우(李園雨·45·인천 연수구 동춘동)씨는 부인 서인숙(徐仁淑·41)씨, 두 자녀와 함께 매일 밤 8시30분부터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서씨가 허리와 무릎 통증 때문에 운동을 먼저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씨가 더 열심이다.

이씨는 “술자리보다 훨씬 더 행복하죠. 가족이 다 모이는 저녁시간에 함께 운동을 하니까 아빠 노릇도 할 수 있고 일석이조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 중동 중앙공원도 야간 조깅 코스로 인기가 높다.

이 곳엔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주변 대단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몰린다.

도심속 공원이라 부드러운 흙을 밟을 수는 없지만 대신 3만7000여평의 넓은 공간에 나무가 많아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한겨울 밤에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얼마나 개운한지 몰라요. 아침에는 남편 출근시키랴 애들 챙기랴 정신도 없고 시간도 없죠.”

이웃 아주머니와 함께 매일 한 시간을 뛴다는 주부 송모씨(36·부천시 중동)는 야간 조깅의 상쾌함에 매료돼 TV 저녁 드라마도 포기했다.

이처럼 야간 조깅족이 주로 몰리는 곳은 주로 아파트 단지 주변의 초중학교 운동장이나공원.

학교 운동장은 가깝다는 이유 말고도 시간제한이 없고 가로등 불빛이 있어 안심이 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더구나 일신초등학교(인천 부평구 일신동)처럼 야간조명을 해주는 곳도 있다.

공원의 경우 부천에는 중앙공원을 비롯해 원미공원, 도당공원이 있고 인천에도 인천대공원, 수봉공원, 중앙공원(인천시청 앞), 월미공원 등이 있다.

겨울철이라 조깅 인구가 좀 줄었지만 여름철이면 한꺼번에 수백명이 몰려 뛰다가 어깨를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인천대공원 방한식(方漢植·51) 관리과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야간 조깅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며 “요즘도 많을 경우 200명 이상이 가족단위로 찾아와 뛰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야간 조깅은 코스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고 긴 코스보다는 짧은 코스를 반복해 뛰는 게 좋다.

운동량도 여름철에 비해 10% 정도 줄이고 발목까지 오는 운동화를 신는 게 안전하다.

대한스포츠의학회 박원하(朴元夏) 부회장은 “겨울에는 체온유지가 필수인 만큼 옷을 여러벌 껴입고 가급적 실내에서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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