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수석은 지난달 25일 “99년 12월 초 이형택씨의 요청으로 엄익준(嚴翼駿·사망) 당시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보물 매장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으며 2000년 1월 말 또는 2월 초에 엄 전 차장으로부터 ‘정보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어서 이형택씨에게 연락해 주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검팀 수사 결과 국정원 목포출장소는 엄 전 차장의 지시로 탐사작업을 벌인 뒤 ‘사업자들의 (보물 매장)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는 긍정적인 결론을 엄 전 차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 전 수석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과 함께 이 전 수석과 엄 전 차장이 고위층이나 국정원장에게 보고서 내용을 보고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 결과 보물 매장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를 받은 엄 전 차장은 2000년 1월 이형택씨의 보물 발굴 사업을 적극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엄 전 차장은 2000년 1월8일 국정원 국방보좌관에게 해군에 협조를 요청하라고 지시한 뒤 같은 달 21일에는 국정원 경제1과장에게 이형택씨와 함께 해군본부에 다녀오도록 지시했다.
특검 수사결과와 배치되는 이 전 수석의 주장은 2000년 2월 이후 이형택씨가 보물 발굴 사업에 적극 뛰어든 사실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2000년 8월 전남 진도군청에서 보물 발굴을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11월에는 보물 발굴 수익의 15%를 받기로 약정까지 했다.
이 전 수석 주장의 진위는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특검팀은 이 전 수석이 모든 문제와 책임을 이미 고인이 된 엄 전 차장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전 수석이 이형택씨의 사업을 지원한 배후를 보호하기 위해 근거가 희박한 거짓말을 한 것처럼 보인다”며 “이 전 수석 등 권력 핵심층에 대한 수사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