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신모씨(26) 등 대부분의 여종업원들은 업주 이모씨(39)로부터 2350만∼3070만원을 빌렸다는 현금보관각서를 자필로 써주었다.
이씨가 여종업원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처럼 꾸며져 있지만 실제로 돈은 종업원들을 팔아 넘긴 전 업주에게 건네져 여종업원들은 돈도 만져보지 못한 채 엄청난 빚만 지고 업소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 돈은 취업 조건으로 여종업원들이 ‘선불금’으로 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어 만약 달아날 경우 사기 혐의로 고소될 수 있는 빌미가 된다.
또 현금보관각서의 금액은 전에 일하던 업소의 선불금에 소개비 300만원 정도가 더해진다. 이동이 잦을수록 액수가 늘어 종업원들은 업주가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다 한 차용증에는 월급이 50만원으로 적혀 있어 수입금의 대부분은 빚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업주가 챙기고 그나마 남은 돈도 각종 규칙 위반 등으로 뜯기는 바람에 여종업원들은 몸이 아파도 윤락행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취업각서는 종업원이 스스로 찾아와 일한다는 내용으로 업주들이 단속이나 부모 등 가족들이 찾아올 경우 인신매매 혐의가 없다는 증거로 이용하기 위해 작성한다. 그러나 여종업원들의 처참한 생활과는 달리 업주 이씨는 외제 차와 대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최근에는 군산시 중심가에 5억원이 넘는 주택을 신축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군산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자진 출두한 업소 주방장 임모씨(42·여)를 조사한 결과 “사고 당일 주점 현관문과 2층 계단의 철제문이 모두 닫힌 상태에서 숨진 종업원들이 주점 1층에서 함께 잤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들이 감금 상태에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씨는 경찰에서 “사건 당일 ‘대가’와 맞붙어 있는 ‘아방궁’ 주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하던 중 오전 11시50분경 입구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일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이웃 사람에게 신고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임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대가 주점에서 잠자던 종업원들이 1층 현관문이 닫힌 상태에서 불을 피해 2층으로 피신하려다 철제문까지 잠겨 있어 모두 질식사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경찰은 숨진 여종업원 유모씨(23·제주)의 오빠가 “지난해 4월 낯선 남자로부터 ‘여동생의 빚을 갚으라’는 협박 전화를 세 차례 받은 뒤 6월부터 소식이 끊겼다”고 주장함에 따라 일부 여종업원들이 인신매매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군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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