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조카 손' 어디까지…수사개입 의혹에 검찰 당혹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4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와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중학교 후배인 김형윤(金亨允)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은 이용호(李容湖)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개입했을까.

특검팀이 이형택씨와 김씨의 수사 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용호씨가 신 전 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에게 5000만원을 송금한 내용이 포함된 통장을 보관했던 임운희(林雲熙) 변호사를 소환하자 검찰과 특검팀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형택씨가 대통령의 처조카라는 신분을 이용해 보물 발굴 사업뿐만 아니라 ‘이용호게이트’ 전반(全般)을 처음부터 주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은 지난해 9월4일 대검 중앙수사부가 이용호씨를 구속한 직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중수부가 이용호씨에게서 6666만원을 받은 신승환(愼承煥)씨, 이용호씨와 2억8000만원대의 부동산 거래를 한 이형택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수사 지휘팀이 따로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당시에는 대검 중수부의 ‘총장 동생 봐주기 수사’ 또는 ‘대통령 처조카 비호 수사’ 의혹은 ‘수사팀의 부실 수사’, 즉 수사팀 내부 문제로만 귀착됐다.

그런데 이형택 김형윤씨 등 검찰 외부 인사에 의한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만일 이형택씨와 김형윤씨 등이 이용호씨 사건 수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용호 게이트의 구도는 다시 변한다. 이들이 처음부터 이용호씨와 손잡고 검찰 수사에도 개입했다면 이 사건은 ‘청와대+α 게이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형택씨 등이 수사에도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는 상태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임 변호사가 송금 내용이 포함된 통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형택씨에게 알려줬다는 것뿐이어서 속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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