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중심부에서 인권침해와 노예 매매춘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는데도 관계당국은 기본적인 의무도 방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종업원들이 쇠창살에 감금된 채 화재로 목숨을 잃었던 대명동 사건 이후 철저하게 단속하겠다는 경찰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쇠창살 대신 두꺼운 합판으로 창문이 폐쇄되어 있고 특수한 잠금 장치로 현관문이 교체되었다는 것은 감금이 보다 교묘한 형태로 더욱 악랄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이나 경찰이나 소방서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개복동 사건이 발생한 지 3시간도 안 돼 성급하게 화재 원인을 사망한 여성들에게 돌리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음한 여성들이 비상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황이 없어 층계로 내려오다가 이런 참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을 방문한 우리 여성단체가 이러한 발표가 전혀 맞지 않음을 알고 항의를 하자 그제서야 재조사를 실시해 우리가 주장한 대로 발표를 번복했다. 또한 잠금장치나 차용증서 문제도 대책위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이후에야 조사되고 공개되었다. 소화점검을 했다고 하지만 1층에는 비상구도 없으며 소화기는 대부분 시효가 지난 것들이며 점검딱지도 붙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경찰, 소방서 직원, 시 공무원뿐만 아니라 이곳에 드나든 남성들과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이곳에서 감금에 의한 불법 성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침묵과 방조가 이런 사건을 만들어낸 근본 원인이다. 몇 년 만에 시신으로 나타난 딸들, 누이들 앞에서 아연실색하며 절규하는 유가족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필요악 운운하며 성 매매를 방조하는 한 우리도 이 희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이리 저리 찢기다가 간 여성들 앞에 우리는 용서를 빌어야 한다. 대명동에 이어 개복동 화재의 희생을 보고도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다.
무엇보다도 성 매매를 알선하는 자들은 강력하게 처벌하고 성 매매로 취득한 부당한 이득에 대해서는 몇 배로 책임을 물어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 현재의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아닌 새로운 ‘성 매매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강실 군산 개복동 화재사건 대책위원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