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자격증 따서 취업하자" 대졸자 직업학교에 몰려

  • 입력 2002년 2월 8일 18시 14분


94년 지방의 한 국립대 철학과를 졸업한 황모씨(34)는 지난해 초 5년간 해온 관광가이드 일을 그만두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수입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한 선배의 조언을 듣고 직업전문학교에 지원했다. 전공이나 종전 직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산업설비와 플랜트설비 과정을 선택했다. 자격증 4개를 딴 황씨는 지난해 12월 한 기계업체에 취직해 일하고 있다.

적성에 맞지 않거나 취업이 힘든 전공을 마친 일부 대학 졸업자 등이 ‘눈높이’를 낮춰 직업전문학교에 몰리고 있다. 전국 21곳에 있는 산업인력공단 산하 직업전문학교는 기술 관련 53개 직종을 1년간 가르치는 과정으로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무료다.

산업인력공단은 4일 현재 21개 직업전문학교(총 모집정원 7600명)에 지원한 4410명 중 전문대 이상 졸업자가 464명으로 전체의 11%를 차지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중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는 21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직업전문학교 신입생 가운데 전문대 이상 졸업자는 △98년 317명(정원의 4.2%) △99년 336명(4.3%) △2000년 419명(5.5%) △2001년 598명(7.9%) 등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고학력 지원자가 증가하는 것은 직업전문학교를 수료하면 90% 이상이 자격증을 딴 뒤 전원 취업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전직을 하려는 인문사회계열 대졸자들이 기술을 익히려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원서 접수 마감은 학교별로 15∼24일로 정보통신시스템과 컴퓨터산업디자인 등의 분야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학교별 과정과 접수마감 등은 공단 훈련진흥부(02-3271-9108∼12)로 문의하거나 공단 홈페이지(www.hrdkorea.or.kr)를 보면 된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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