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지난해 9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측근인 김성환(金盛煥)씨에게 수사 중단 요청을 부탁했다는 사실은 드러났지만 이 청탁이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형택-김성환-신승남’ 3각 관계의 연결 고리를 조사했지만 김씨가 연루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는 바람에 난관에 부닥쳐 있는 상태다.
또 이형택씨가 지난해 9월2일 신 전 총장과 함께 골프를 치긴 했지만 신 전 총장이 수사중단 요청을 받았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총장에 대한 조사를 앞둔 특별검사팀은 수사 중단 청탁이 직접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신 전 총장의 통화명세와 ‘이형택-신승남 회동’에 대한 기초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사 중단 청탁의 또 다른 전달 경로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특검팀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김홍업씨의 또 다른 측근인 이철성 KBS 라디오 편성부장(44)의 역할. 이철성씨는 ‘이형택-김성환’ 라인을 통해 이용호씨 사건에 연루된 것을 검찰이 파악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철성씨는 또 지난해 8월 말 신 전 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와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져 특검팀이 통화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밖에 이형택씨가 김성환씨나 이철성씨가 아닌 또 다른 김홍업씨의 측근을 통해 신 전 총장에게 수사 중단 청탁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형택씨가 지난해 9월 김홍업씨 측의 지원을 기대한 것 같다”는 김성환씨의 언급이 그 단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