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부설 ‘과학영재센터’의 박인호(47·물리학과 교수) 소장은 영재교육의 본질은 자율성과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문제에 도전해 해답을 찾는데는 이 두 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 학생들에게 ‘얼마나 문제를 풀었는가’ 보다 ‘어떻게 풀었는가’를 늘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센터 1기생으로 올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입학한 김재희양(18)은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정립한 미국의 과학자 리차드 화인만(Richard Feynman·1918∼1988)을 가장 존경한다. 여느 학자와 달리 그는 예술 등 다방면에 능통한했으며 학문을 즐길 줄 아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
“학교에서는 내신 성적을 생각하느라 못하는 일이 많지만 여기 과학영재센터에서는 정반대죠. 내 방식대로 마음껏 실험하고 원리를 터득할 때면 정말 신나요.”
이 센터에 등록된 학생은 현재 초등학생 26명, 중학생 218명, 고교생 16명. 이 가운데 인천과학고 재학생 12명이 올해 KAIST에 입학했다. 또 중학생 30명은 인천과학고에 입학했다. 지난 한해 동안 등록생 가운데 90명이 각종 경시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1998년 7월 문을 연 후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성적 때문에 영재교육협회는 전국 15개 대학내 과학영재센터 가운데 인천대 과학영재센터를 선두로 평가하기도 했다.
박소장은 성공 비결을 ‘맞춤교육’이란 한마디로 요약했다.
“획일적인 내용의 평준화 교육으로는 영재를 제대로 키울 수 없습니다. 학생마다 적성과 소질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평등교육, 맞춤교육이 필수적이죠.”
이 센터는 학기 중 주말 2시간씩, 방학 동안 8일간의 집중교육이 1년치 교육의 전부다. 여름과 겨울방학에는 2∼3일씩 야외 자연학습을 통해 정서함양에도 신경 쓴다. 짧은 시간임에도 학생들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바로 ‘스스로 마음껏 탐구하는’ 독특한 수업방식 덕분이다.
대학 실험실의 풍부한 기자재와 해당 교수의 지도도 일반 학교에서는 누릴 수 없는 특권이다. 비록 대학 입시와 별 상관없는 이론과 실험이 주된 내용이지만 학생들은 ‘생각하는 만큼 성장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최근 영재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년에는 부산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되며 초등학교에서도 영재학급이 운영될 예정이다.
영재교육을 교육차별로 보는 이도 있지만 박소장은 “영재교육은 엘리트교육과 다르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소질있는 학생의 시야를 넓혀 스스로 탐구하는 ‘작은 과학자’를 만들자는 것이 과학영재센터의 교육목표”라면서 “어떤 분야든지 영재교육의 기본은 학생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승철기자parkk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