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앙수사부는 99년 9월 약 1년 동안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 전 차장이 귀국해야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나 특별한 변수가 드러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전 차장에 대한 직접 수사가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차장은 미국에서 범죄인이 검거돼 인도되는 데 통상 5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6월 지방선거 이후에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검찰과 법무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이 전 차장의 조기 인도를 요청한다는 방침이어서 송환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도 절차를 2∼3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이 전 차장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검거됐다면 정식 범죄인 인도 절차가 아니라 강제 추방 형식으로 조기 송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차장에 대한 수사 주체는 서울지검 특수1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99년 이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대검 중수부 이승구(李承玖) 중수1과장이 2000년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건을 서울지검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또 당시 대검 수사에 참여했던 홍만표(洪滿杓) 검사가 현재 특수1부 부부장으로 있다.
수사의 관건은 이 전 차장의 배후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는 99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관여한 정황을 공개했으나 이 전 차장 없이는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차장에 대한 수사가 대선을 몇 개월 앞두고 이뤄지게 될 경우 이 총재의 사건 연루 여부를 둘러싸고 검찰과 정치권 사이에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