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진 유망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만든 구조조정기금을 악용한 신종 수법.
이 사건을 계기로 구조조정기금의 운용이 방만한 것은 아닌지, 투자심사는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조조정기금 설립과 운영〓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게 되자 해결책으로 구조조정기금을 만들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22개 금융기관이 출자해 한강(초기자본금 3333억원, 증자후 6667억원) 서울(6000억원) 아리랑(3334억원) 무궁화(3333억원) 등 4개 기금을 설립했다.
정부는 기금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사가 아닌 외국계 투자전문회사에 운용을 맡겼고 현재까지 2조원가량이 투자됐다. 기업들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주로 지원됐다. 나중에 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 증시에서 팔아 원금을 회수한다.
외국계 운용사는 국내사정에 밝지 않아 국내 투자자문사에 투자대상업체 조사를 맡겼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투자자문사들이 벤처기업을 운용사에 소개해주면서 사례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경영은 뒷전, 로비에 앞장서〓패스21이 그러했듯이 S사도 벤처기업 본연의 기술개발과 내실경영보다는 ‘로비’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기금 돈은 눈먼 돈’ 이라는 인식이 강해 일부 업체는 투자유치를 위해 브로커를 고용해 로비활동을 벌였다. 이번에도 윤태식씨 사건처럼 국가정보원이 개입됐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관련 조합간부와 공무원에게 주식과 금품을 뿌렸다.
기금에서 회사경영에 사용하라고 준 돈이 로비자금으로 새나갔고 회사대표 김모씨는 회사의 투자금을 횡령하는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보여줬다.
검찰은 이러한 로비활동이 외국계 운용사의 투자심사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상태.
그러나 매출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기술력만을 믿고 액면가의 50배, 100배에 투자한 것이 과연 적정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