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우려환자에 약제 과다처방 사망 "병원 일부책임" 판결

  • 입력 2002년 2월 17일 18시 08분


자살 우려가 있는 환자에게 병원이 수일치 약품을 한꺼번에 처방해 환자가 치사량을 복용하고 사망했다면 병원은 그 죽음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7부(황성재·黃盛載 부장판사)는 1일 정신과 치료를 받던 도중 처방약품을 과다 복용해 자살한 이모씨의 유족이 “환자 보호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경기 K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은 유족에게 3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병원은 숨진 이씨가 매우 예민하고 충동적인 상태여서 자살기도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만큼 약물을 소량으로 나눠 투약하거나 환자의 복용시간 등을 수시로 관찰할 의무가 있었다”며 “이를 소홀히 한 채 일시에 복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분량을 한꺼번에 처방해 사후관찰을 게을리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00년 공사현장 추락사고와 교통사고를 잇따라 당한 뒤 외상후 신경증 진단 등을 받고 K병원 정형외과 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죽고 싶다”며 일주일치 정신과 치료약 8봉지에 들어 있던 항우울제 68정을 한꺼번에 복용해 숨졌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