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독자리포트/전시-공연장 태부족 "문화 갈증"

  • 입력 2002년 2월 17일 23시 38분


가족 친지들과의 만남도 다 끝난 설 연휴 마지막날, 모처럼 아이들과 집에서 멀지 않은 전시관을 찾아 작품 감상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했다.

그렇지만 인천지역 어느 곳 한 군데에서도 문을 연 전시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소중한 시간을 집안에 멀뚱히 앉아 텔레비전만 보면서 보내거나, 모처럼 집과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들은 영화관이나 역전 지하 쇼핑몰 같은 곳으로만 모여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사실 1시간 가량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면 그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김기창 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매일 찾아오는 1000여명의 관람객 중 70%가 중고생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2만원 상당의 도록을 하루 50여권씩이나 사간다고 한다.

현대미술관에 전화를 해 보니 설 연휴에도 휴관하지 않고 전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고 응답했다.

최근 필자는 인천 모 백화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미술작가 한분을 도와주기 위해 10여일 정도 그 곳을 드나들었다.

소문대로 그 백화점에는 인천 사람은 다 모여드는 듯 정신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과연 저 많은 사람 중에 전시장을 찾아 들어올 사람은 몇 %나 될까?”

앉아서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전시장의 인기는 높았다.

이미 개학이 되었는데도 중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대개 전시장 입구에서 “팜프렛 있어요? 얼마예요?”라고 귀여운 질문을 던진다. 때로 엄마들이 직접 아이들의 늦은 방학숙제를 함께 해주기 위해 그림 설명 안내문도 적어가는가 하면 사진도 찍고 팜플렛을 사가기도 했다.

인천은 전시장이나 공연장의 수가 전국 최하위라는 것이 이미 많은 통계자료로 나와있어서 더 이상 이야기하면 진부해진다.

인천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은 자체 예술단의 기획 전시나 공연을 제외하고는 주로 민간 단체에 전시관을 빌려주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립 미술관 건립 문제로 공청회를 여는 등 분주한 것 같더니 이제는 감감 무소식이다.

월드컵 대회로 발등에 떨어진 난제들이 분명 많을 테지만 이제 대외적으로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사나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시민을 위한, 특히 청소년을 위한 의미있는 행사를 더 많이 기획하고 또 이를 위한 문화예술공간을 확충해야 한다.

250여만명이나 살고 있는 거대한 도시 인천에 시민들이 향유할 문화 공간이 3∼4곳에 불과하다면 청소년들이 어디 가서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겠는가.

최정숙(47·교육인적자원부학부모명예기자·haeba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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