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부천 소사구청 5층에 마련된 ‘아나바다’ 행사장(032-340-6227)을 찾은 이상삼씨(42)는 ‘교복물려입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들과 중학생이 되는 딸을 위해 교복 윗도리 2점과 바지 2점을 사는데 든 비용은 모두 1만원. 며칠전 아들에게 사 준 새 교복 한 벌 값 12만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행사장에 나온 교복은 모두 깔끔하게 세탁돼 있어 새 옷과 구별이 안될 정도.
이씨는 “한 벌 더 마련해주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아예 여기서 두 벌을 다 살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2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행사에는 교복 2131점을 비롯해 체육복과 참고서 등 3800여점이 전시 판매된다.
교복을 새로 사려면 14만∼20만원이 드는데 비해 이 곳에서는 교복 윗도리 3000원, 바지 2000원, 브라우스·셔츠 1000원, 코트 1만원, 참고서 1권 500원.
전시품은 모두 부천지역 20개 중고교 졸업생과 새마을부녀회 등 지역 학부모들이 기증한 것이고 값은 세탁비 정도만 받는 셈.
판매 수익금은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쓰일 예정. 지난해에도 이 행사를 통해 300만원을 모아 결식아동돕기 기금으로 썼다.
이 곳과 같은 기간에 문을 여는 YMCA 녹색가게(부천복사골문화센터 1층, 032-326-6821)행사장에도 알뜰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시된 품목은 600여 점에 달하고 특이한 점은 교복 기증자에게 판매 대금을 돌려준다는 것.
윗도리 1만원, 바지·치마 4000원, 셔츠·블라우스 2000원을 받는다. 판매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떼고 난 뒤 나머지 금액은 모두 기증자의 은행계좌로 입금해 준다. 판매 후 남은 교복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거나 해당 학교로 보내진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행사장 모두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고 학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는 것. 이 행사가 시작된 3∼4년 전에는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학부모들이었다. 그만큼 ‘교복물려입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행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선 중고교에서도 2∼3년전부터 학교를 졸업하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입던 교복을 학교에 기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마다 ‘교복교환장’에 기증받은 교복을 전시해 두고 신입생이나 전입생 또는 새로 교복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새 교복 값이 비싼 탓도 있지만 학생들의 인식전환 덕분에 교복물려입기 운동이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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