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쌍문동 중식당 "철가방소대 근무중 이상무!"

  • 입력 2002년 2월 22일 19시 03분


“야, ‘짱병장’이다. 차렷, 경례!”

21일 오후 서울 도봉구 쌍문동 숭미초등학교 앞 골목길을 50㏄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자 동네 아이들이 차렷 자세를 취하고 경례를 붙였다.

오토바이 안장에는 흰 장갑을 끼고 철모 군화 군복 등을 착용한 강재두씨(27)가 타고 있었다. 강씨의 오른손에는 ‘철가방’이 들려 있었다. ‘짱병장’은 최고란 뜻의 은어 ‘짱’과 사병계급 중 가장 높은 병장을 합쳐 만든 말로 쌍문동에 있는 중식당의 이름.

지난해 11월 강씨와 육군 5사단 수색대대 전우인 유호영(25), 이종학씨(25)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뒤 군대풍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 등 ‘계급 메뉴’와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사단장 등 ‘장교 메뉴’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강씨 등은 또 개업 이후 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을 ‘불우 이웃 돕는 날’로 정해 이날의 수익금 전액을 결식아동돕기 성금으로 동사무소에 전달하는 등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강씨 등은 영업이 끝나면 ‘학교폭력근절단’이란 글이 새겨진 오토바이를 타고 군복 차림으로 동네를 순찰한다. 몸은 피곤해도 야간순찰을 할 때 자신들을 본 불량 학생이 도망가거나 동네 청소년의 패싸움 등을 잘 해결할 경우 보람을 느낀다는 것.

그러나 강씨 등은 황당한 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달라는 분은 ‘양반’이에요. 명함을 주면서 ‘매일 자장면 먹을 테니 보디가드 좀 해 달라’는 아가씨, ‘밤에 혼자 있어 무섭다’는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을 땐 정말 황당합니다.”02-988-6281∼2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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