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기다려 승차" 성난 수도권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01분


25일 오전 인천 부평역.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전철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5일 오전 인천 부평역.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전철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5일 한국철도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과 인천, 수원 등 수도권 일대의 시민이 출퇴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또 각 지방의 열차 이용객도 큰 불편을 겪는 등 전국적으로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이날 파업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국철 구간을 비롯해 서울시내 지하철 1, 3, 4호선의 전동차 운행이 평소의 30∼40%에 그치고 배차 간격이 4∼5배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출퇴근길 전철역은 몰려든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또 많은 시민이 전철과 철도 이용을 포기하고 자가용이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바람에 서울과 수도권 외곽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는 하루 종일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출근길 직장인들의 지각도 속출했다.

▽수도권〓이날 오전의 ‘출근전쟁’에 이어 오후 6시 이후에는 ‘귀가전쟁’이 벌어졌다. 특히 경인선(구로∼인천) 경수선(청량리∼수원) 경원선(청량리∼의정부) 등은 전동차가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 했으며 승강장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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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철과 서울지하철 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에서는 이날 저녁 수원행 전동차의 경우 배차 간격이 평소의 5배인 50분까지 늘어난 데다 도착하는 전동차마다 승객들로 붐벼 미처 타지 못한 시민의 짜증 섞인 불평이 터져 나왔다. 이날 오후 6시 반경에는 인천행 전동차가 역내에 정차하며 출입문이 열리는 순간 승객이 열차에서 한꺼번에 나오면서 김모군(6)이 정차된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다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동차의 파행 운행이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택시와 버스 등으로 퇴근을 서두른 탓에 밤이 깊어지면서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오히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버스와 택시, 승용차 등으로 퇴근하는 시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인고속도로와 경인국도 시흥대로 등 서울 외곽으로 빠지는 주요 간선도로는 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또 서울역과 서울 신촌 부근의 시외버스 터미널 및 직행 좌석버스 승강장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쳤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 영등포까지 출퇴근하는 회사원 배기선씨(47)는 “평소 50분 남짓 걸리던 출퇴근길이 오늘은 1시간반 이상 걸렸다”며 “언제까지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불법 파업에 시달려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아침 출근길 수원역은 배차 간격이 평소 5∼6분에서 20∼30분으로 늘어나면서 1000여명의 승객으로 북적댔다. 오리역∼수서역을 연결하는 분당선과 서울∼인천간 경인선도 배차 간격이 평소보다 배 이상 늘어나 각 역마다 승객들로 넘쳐났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장거리 열차도 상당수 파행 운행돼 각 역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의 항의와 환불 요구가 빗발쳤다.

나흘 전 동대구행 새마을호를 예약했다 환불을 받은 변문수씨(48)는 “시민을 외면한 철도 노조의 파업도 문제지만 이런 사태를 빚기까지 무대책으로 일관한 당국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지방〓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도 철도 운행이 파행적으로 이뤄져 하루 종일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역 곳곳에서 시민의 항의와 역무원들과의 실랑이가 빚어졌다.

이날 아침 부산역에서는 하루 5000명이 이용하는 통근열차 24편의 운행이 중단돼 미처 파업 사실을 모른 채 역에 나왔던 사람들이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또 광주역에서는 17편의 여객열차 중 11편의 운행이 취소돼 승객들이 예매표 환불을 요구하는가 하면 고속버스나 비행기 등 대체 수단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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