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동향〓전국철도노조와 한국발전산업노조 한국가스공사노조 등 3개 공공노조 집행부가 25일 새벽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 연대파업을 선언했을 때 이들이 앞으로 노사관계 협상의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그러나 수도권 전철의 파행운행 등에 따른 국민 불만과 정부의 체포영장 발부 등 강경 대응이 맞물리면서 25일 밤을 고비로 노동계의 목소리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25일 밤 “이제 수습해야 한다”며 정부 측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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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발전노조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한국노총과 공공연맹(민주노총)도 25일 밤 철도청 및 이번에 파업에 참가하는 5개 권역의 발전회사와 접촉을 시도하면서 “우리가 만나자고 연락해도 상대가 잘 응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과 초조함을 드러냈다.
공공연맹의 한 관계자는 26일 “전날 밤 발전회사 측에 만나자고 계속 요구했으나 결국 일정을 잡지 못했다”며 “발전회사 사용자는 노사교섭 경험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노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민영화 철회를 요구한 노동계의 주장이 그동안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에 익숙해진 일반 국민에게는 크게 호소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간 벌기에 나선 정부〓손학래(孫鶴來) 철도청장은 25일 새벽 무산된 노사교섭에서 노조에 큰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조건과 관련된 현안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노조가 해고자 복직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철도청은 철도노조가 파업 돌입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부처 협의를 통해 해고자 복직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해결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노조가 파업으로 치닫자 철도청은 다른 부처를 설득할 명분을 잃어버렸다”고 분석했다.
대신 철도청은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불편을 무릅쓰고라도 노조에 굴복하지 않으면 이탈하는 조합원이 늘어나 노조의 결집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청은 국무총리실 등 관련 부처에도 이번 연대파업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지연대응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손 청장은 24일 밤 한국노총 이남순(李南淳) 위원장이 면담을 요청하자 ‘기대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공노조가 국민의 불편을 도외시한 채 전격적으로 파업을 강행한 것 못지않게 정부가 노동계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양측 모두 국민을 볼모로 기세싸움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