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한 여고생의 미상품 불매운동

  • 입력 2002년 3월 4일 14시 31분


대전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아파트에 사는 한 여고생이 편파 판정으로 국민의 공분을 산 2002솔트레이트시티 동계올림픽과 관련, 미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쳐 가고 있어 화제다.

자신을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여중생’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최근 3965가구가 모여 사는 엑스포아파트의 100여곳 엘리베이터에 ‘우리는 언제까지 당하고 만 살아야 합니까’라는 A4용지 크기의 인쇄물 2매를 게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어젯 밤도 한 미국인과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그는 ‘동계올림픽 당시 솔트레이크시티 거리에서 애완견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바로 한국인 때문이었다’라는 모욕적인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미국인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이며 미국에 의존하는 등 편견과 폄하의 시각이 존재하고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상품에 대한 단호한 불매운동을 아파트 이웃에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여고생은 특히 우리나라 수입량의 대미의존도를 수치까지 제시하면서 생활 주변에서 펼칠 수 있는 구체적인 불매운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중에는 피자 햄버거 치킨 등의 프랜차이즈 상품을 비롯해 최근 개봉한 미국의 한 수학자의 삶을 그린 영화 등 40여가지를 제시했다.

이 글이 게재된 후 엑스포아파트 주변의 상가에서는 미 상품에 대한 매출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

또 하루 이틀이면 없어지는 다른 인쇄물과는 달리 이 글은 열흘째 붙어 있어 주민들이 크게 공감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한 주민은 “갓 중학교를 졸업한 이 학생의 글이 아파트 주민들의 소비형태를 약간이나마 변화시킬 정도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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