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인문계고 지원자의 40%만이 고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중학생의 27%가 정서불안 등 ‘중3병’을 앓고 있었고 좋은 학교를 찾아 지방에서 해마다 1만5000여명이 전입하는가 하면 중학생의 91%가 하루 4시간 이상 과외수업을 받기까지 했다.
문교부는 학교별로 치르던 고입제도를 대폭 개편해 공사립 인문계 고교는 학군을 정해 선발고사를 치른 뒤 추첨을 통해 거주지에서 가까운 학교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천차만별이던 학교간 교육여건을 개선, 평준화하기 위해 학교시설과 교원, 재정지원을 늘리고 사립학교 보조방안도 마련했다.
평준화지역은 72년 서울 부산에서 75년에는 대구 인천 광주, 79년 대전 전주 수원 청주 춘천 마산 제주까지 확대됐다.
82년에는 공사립 학교간, 지역간 교육여건의 불균형이 여전하다는 비판론이 나오면서 사립학교에도 공립 수준의 학교운영비를 지원하고 교원신분도 보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학습부진 학생을 위해 보충수업과 교과별 능력별 이동수업을 의무화했다.
90년에는 대도시는 평준화정책을 계속 확대하되 소도시는 지역실정을 고려해 적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외국어고 신설, 과학고 확충 등 고교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추진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획일화된 학교체제와 학생선발 방식이 여전히 문제점으로 떠오르자 95년 학교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인문계고는 학군 내에서 선(先)복수지원, 후(後)추첨방식으로 바뀌었다. 특수목적고가 학교별 필기시험을 보지 못하게 하는 대신 내신성적과 면접시험으로 대체했다.
입시 경쟁이 치열했던 고양, 부천, 과천, 안양, 군포, 의왕 등 수도권지역 신도시도 논란 끝에 올해부터 평준화지역으로 전환했다.
평준화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그때 그때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식의 ‘땜질’정책의 성격이 짙었던 것도 사실이다. 학부모의 요구 만족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평준화’호(號)가 어떤 항로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