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함부로 맡기면 큰일나요”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34분


김모씨(45·의사)는 지난해 12월 점심을 먹으러 간 서울 외곽의 한 냉면집에서 봉변을 당했다. 음식점 앞에 서 있던 주차요원에게 무심코 차 열쇠를 맡긴 것이 화근이 돼 2억원이라는 거액을 물어야 했다. 김씨의 차를 대신 주차시켜 주던 음식점 직원이 차 뒤에서 놀고 있던 7세 어린이를 치어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김씨가 배상금을 지불한 것.

음식점과 술집 등 각종 업소들이 고객의 편의를 위해 직원들을 시켜 고객의 승용차를 대리 주차해 주고 있지만 사고 발생시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을 차 주인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몰라 낭패를 보고 있다.

▽실태〓지난해 6월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던 박모씨(38·회사원) 역시 주차요원에게 차를 맡겨 곤욕을 치렀다. 주차요원이 음악을 크게 튼 채 차를 세우다 뒤에서 놀고 있던 6세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덮치는 바람에 어린이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고를 낸 것. 주차요원은 구속되고 다행히 업소주인이 배상금 2억5000만원을 모두 내놔 박씨는 금전적인 손실을 면했지만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6개월 동안 정상적인 직장생활도 못한 채 정신적인 충격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업소를 믿고 잠깐 동안의 편리함을 위해 차 열쇠를 내주지만 자칫하면 어마어마한 손실을 볼 수 있다.

강남의 한 음식점에 식사를 하러 온 이모씨(32·회사원)는 “주차 공간이 좁아 직접 주차하고 들어가려면 불편하고 시간도 걸려 매번 차를 맡기고 있다”며 “주차요원이 차를 세우다 사고가 나면 당연히 업소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점〓법적으로는 주차요원이 주차를 하다 대인사고를 냈을 경우 운전자, 차주인, 업소 주인이 연대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현대해상보험 자동차 송무부 이인형(李仁馨) 과장은 “사고가 났을 경우 배상능력이 없는 주차요원은 형사처벌만을 받고 영세한 업소인 경우 업소주인이 배상액 가운데 일부만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차를 맡긴 차주가 나머지를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고 업소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도 절차상의 번거로움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 차주가 배상을 하더라도 보험 혜택마저 받지 못한다.

▽대책〓현재 특급호텔이나 대형 음식점 등은 이런 사고에 대비해 업소 명의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사고발생시 모든 책임을 지고 주차요원에 대한 사전 교육도 철저히 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상팀 이득노(李得魯) 팀장은 “대리 주차를 하는 업소들은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해 이런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며 “운전자들도 차를 맡길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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