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부총리 "인구 노령화 경제성장에 큰 짐"

  • 입력 2002년 3월 5일 18시 05분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시간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인터뷰 도중 주가가 840을 돌파했다는 보고가 들어온 데다 최근 국내경기의 완연한 회복세, 미국경기의 회복 조짐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이 때문인지 미묘한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있는 답변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1·8 주택시장안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뛰고 있습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부동산값이 안정돼야 하는데 정부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공급이 줄어든 데다 저금리와 특수학군 수요 등이 겹쳐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근본 처방은 주택보급률을 110% 선까지 높이는 것입니다. 건설교통부와 합의해 대도시지역의 그린벨트를 풀 때 우선적으로 임대주택을 세우되 그 물량을 2배로 늘릴 예정입니다.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최근 다소 누그러져 다행입니다. 특정 학군의 부동산 과열 문제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합니다.”

-최근 공공노조 파업이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노조와의 갈등 해소가 공기업 개혁의 관건인 셈인데 일각에서는 철도의 경우 공적독점이 ‘사적독점’으로 바뀔 뿐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는데요.

“철도 민영화 문제는 고속도로를 생각하면 됩니다. 고속도로 건설과 유지보수는 국가가 하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민간이 운영합니다. 철도도 기간시설 건설과 유지까지 민영화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노조의 주장은 정권 말기를 맞아 버티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원칙대로 대응해야 합니다.”

-선거의 해를 맞아 최근 전경련이 정치권의 부당한 정치자금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부총리께서는 ‘법인세의 1%를 정치자금으로 쓰자’고 제안해 관심을 끌었는데요….

“법인세의 일부를 쓰더라도 제발 정치자금으로부터 해방시켜 달라는 기업들의 요구가 상당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화두’를 던진 것이며 나머지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이 해결할 문제라고 봅니다. 게이트니, 세풍이니 하는 것들이 정치자금에서 비롯됐는데 이제 이 족쇄를 끊어야 합니다.”

-부동산 자동차 유통 등의 부문에서 나타나는 일부 경기과열 조짐을 감안할 때 하반기 인플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아직 수출이 확실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일본경제의 추락, 테러전쟁 등 변수도 많습니다. 선거를 앞둔 선심성 경기확장책을 우려하지만 지금 상황은 97년과 다릅니다. 당시에는 핵심 금융정책 관련 법개정을 선거를 코앞에 두고 처리했지만 이번엔 주요 정책은 작년 말에 이미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따라서 주요 재정정책 수단은 이미 작년 말에 정해져 정치권의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지요. 통화정책은 하반기 경제상황을 보아가며 조정하면 됩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는 한국이 현재의 재정흑자 기조를 바꿔 경기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합니다만….

“작년 재정은 소폭 흑자를 냈지만 국민연금을 감안할 때 일부러 적자 운용할 처지는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지급하게 되는데 그때까지는 흑자를 보이지만 이후 급격히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IMF가 한국의 특수상황을 모르고 지적한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출산비를 지원해가며 인구 늘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노령화대책을 세워야 할 때 아닙니까.

“인구억제책은 이미 폐지했지만 출산율은 계속 낮아졌습니다. 임신을 기피하는 사회풍조 탓입니다. 이는 노인의료비와 연금수요를 늘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막습니다. 금년 중 복지부의 용역보고서가 나오면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일본 프랑스 등이 채택하고 있는 직장여성을 위한 보육시설 확충이나 아동보육비 지급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며 ‘경제력 있는 노인’을 활용하기 위한 대책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나가야 할 발전모델이 분명치 않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제시한 2011비전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싱가포르 핀란드 같은 강소국(强小國)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인구나 국토면적 등을 감안할 때 ‘강중국’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홍콩 싱가포르는 서비스업만으로 살 수 있지만 4000만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한국은 제조업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최근 서울시교위 앞에 아이를 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이 장사진을 쳤습니다. 부총리는 최근 교육문제에 대해 신랄한 지적을 하셨는데….

“교육을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바라봐야 한다는 소신은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지금 같은 구도에서는 능력별 보상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지요. 일찌감치 능력별로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담〓김상영 경제부 차장

정리〓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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