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툭하면 승차거부…택시타기 별따기

  • 입력 2002년 3월 6일 18시 14분


지난해 9월 서울의 택시요금이 평균 25% 인상됐지만 택시의 승차거부와 합승 등은 여전하고 서비스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택시의 이 같은 문제점은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택시운송수입금 관리방식을 ‘기준금 납입형 전액관리제’로 바꾸면서 더 심해져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전한 택시 횡포〓5일 오후 10시반 서울 종로1가. 진눈깨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 거리는 ‘귀가전쟁’을 벌이는 시민들로 붐볐다. 미국인 데이비드 캠펠(32·영어학원 강사)은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30분째 기다리고 있다”며 “며칠 전에는 먼저 택시를 잡았지만 나중에 합승한 장거리 승객 때문에 중간에서 내린 적도 있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날 오후 11시50분경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 차도까지 나와 행선지를 외치는 30여명의 시민들 사이에서 택시들이 이리저리 누비고 있었다. 그러나 한쪽에는 장거리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회사원 전상규씨(29·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는 “심야에 이곳에서 택시를 잡으려면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라고 말했다.

▽제도적 문제점〓택시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서비스가 나아지지 않는 것은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각 택시업체에 권고한 ‘기준금 납입형 전액관리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택시 운전사가 하루에 번 돈을 모두 회사에 입금하고 월급을 받는 ‘전액관리제’ 대신 하루 8만8000원을 입금하고 초과분은 회사와 운전사가 일정비율(대부분 4대 6으로 시행)로 나누도록 한 것.

완전월급제 정착을 위해 97년 9월부터 시행한 전액관리제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차선책을 쓴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과거 일정 금액을 입금하고 나머지 수입은 택시운전사가 갖는 ‘사납금제’보다 못하게 됐다는 것이 택시 운전사들의 주장이다.

회사택시 운전사 경력 5년째인 이모씨(56)는 “기준금 납입형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회사만 배가 부르게 됐다”며 “택시 운전사들이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미터기를 꺾지 않고 불법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법은 없나〓교통 전문가와 택시노조측은 하루 빨리 완전한 전액관리제로 되돌아가야 택시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전액관리제가 정착될 때까지 단속 횟수와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김성한 정책국장은 “사납금제를 폐지하자는 것이 전액관리제의 근본 취지인데 서울시는 기준금 납입제를 허용하면서 스스로 전액관리제를 부정한 셈이 됐다”며 “완전한 전액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훈기자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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