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크게 늘어

  • 입력 2002년 3월 7일 16시 12분


학생의 적성을 살리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대입 정책이 바뀌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은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취재팀이 각각 세 살과 네 살 터울의 두 자녀를 둔 서울 강남지역 50대 주부 2명을 상대로 자녀가 고3일 때 지출한 사교육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최근 3∼5년 사이에 최고 6배까지 늘어났다.

이는 대입 제도가 복잡해지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역별 성적과 내신 성적의 비중이 높아져 과외를 받아야 할 과목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례=주부 A씨(53·서울 강남구 청담동)가 올해 고3이 된 아들의 겨울방학 2개월 동안 쓴 과외비는 489만원.1999년 같은 기간 고3 딸을 위해 쓴 80만원보다 6배 이상 늘었다.

딸은 월 30만원씩인 영어 수학과 월 10만원씩의 화학과 국사를 한달씩 수강한 게 전부였다. 그러나 아들의 경우 영어(월 60만원)와 수학(월 70만원) 외에도 지난해 언어영역이 어려워진 탓에 국어(월 30만원)도 배우고 별도로 언어영역의 문학과 비문학 전문 교사에게 각각 50만원을 주고 한달 동안 과외를 받았다.

또 영역별 성적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과외에도 135만원이나 들었다.

주부 B씨(52·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A씨와 B씨의 자녀들은 모두 같은 학군의 학교에 다니고 반에서 3∼5등 수준의 상위권이라 성적에 따른 사교육비 차이는 거의 없었다.

▽원인과 전문가 의견=사교육비 증가는 무엇보다 수강 과목의 세분화 때문. 서울 강남구 대치동 H학원의 경우 과거에는 국어 한 과목만 개설했지만 지금은 이를 고전(15만원) 현대시(15만원) 언어영역(15만원) 논술(20만원) 등으로 세분화했다. 심층 면접의 도입과 수시모집의 광범위한 도입도 주요인. 자율학습의 폐지로 저녁시간대 학원 수강이 당연시되고 학원비가 최근 몇 년간 50∼100% 이상 오른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白淳根) 교수는 "입시 제도는 복잡해졌지만 공교육은 여전히 획일화 평준화돼 있어 사교육이 번창할 수밖에 없다"며 "공교육이 보다 다양해지고 전문화돼야 사교육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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