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표적'된 해외한국인…정부 "인력난" 보호대책 소홀

  • 입력 2002년 3월 7일 18시 30분


올 들어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영사업무 전반에 대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빈발하는 사고 및 배경〓올해 초 영국에서 진효정씨 피살, 송인혜씨 실종 사건이 뒤늦게 드러난 데 이어 중국에서는 2월 한 달 동안에만 한국인 기업가 피살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피해 내용도 구타로 인한 사망을 포함해 총격을 당하는 경우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의 이준화(李俊和) 총영사가 3일 괴한에게 습격당하기도 했다.

재작년에는 해외에서 한국인 상대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만 560여건이나 발생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해외 여행객이 연간 600만명을 넘어선 데다 한국인들이 현찰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 대응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외교통상부는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의 한국인 마약사범 신모씨 처형 통보 논란 직후 영사업무 전담 차관보직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선책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이 안은 “망신외교를 계기로 자리만 늘리려고 한다”는 비판 속에 흐지부지됐고 이후 지금까지 뚜렷한 개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재외 공관원들이 국내에서 나가는 귀빈을 맞기 위해 관광가이드 역할까지 하는 등 소모적인 일에 동원되는 일이 많다”며 “또 영사업무 담당자들이 우리 국민의 피해를 자기 가족의 일처럼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교포나 여행객들에게 우리 해외 공관은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해외에서 봉변하는 여행객들에 대해 정부가 외교 관계의 손상을 우려해 소극적인 대처로만 일관해 온 것도 영사업무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외교부뿐만 아니라 각 부처에서 파견한 해외 공관원들간의 유기적인 채널 구성을 통해 각국의 현지 실정과 특성에 맞는 사건 사고 예방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신대 김명섭(金明燮·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과 대만이 해외에 ‘중신(中心)’이라는 거점을 설치해 다양한 정보와 숙소를 제공하는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해외 여행자에게 정보공유의 구심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해외에서의 한국인 대상 주요 범죄 사례
일시사건·사고내용비고
2001.11영국 노스요크셔 지역 한국 여대생 2명 피살 및 실종1월초 사건 공개이후 현지 경찰 수사중
2002.1.5중국 허난성 난양시의 한국인 사업가 괴한 3명에게 피살금품강도로 추정 수사중
1.11인도 동부 비하르주 사찰 신축 기술자 무장괴한 총격으로 사망원한 관계 범행 추정 수사중
2.16중국 톈진 기계제조 공업사 운영 사업가 피살현지 경찰 수사중
2.26중국 산둥성 중소기업인 호텔객실에서 괴한에게 구타당해 살해당함음주후 다툰 뒤 발생
2.27태국 방콕 아파트에서 한국인 토막 주검 발견현지 경찰 수사중
3.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 괴한들에게 구타당함1차조사결과 단순 폭행사건 추정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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