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포석정에서 1㎞ 떨어진 삼릉 등산로. 전국에서 몰려든 등산객들이 쉴새 없이 남산을 오르고 있었다. 등산객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는 삼릉에서 상선암까지 1.6㎞ 구간. 경주 남산의 등산로 40여곳 중 등산객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이다.
한국불교의 성지(聖地), 민족의 영산(靈山), 야외박물관으로 불리는 남산유적지구는 소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모두 문화재 차원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곳. 하지만 상선암까지 이르는 등산로의 모습은 성지 영산 으로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등산로 양쪽에 늘어선 소나무의 뿌리는 주변의 흙이 휩쓸려 내려 대부분 땅 밖으로 솟아나 있었다. 등산객들은 밖으로 나온 뿌리를 계단처럼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뿌리가 끊기고 흔들리기 일쑤다.
친구들과 남산을 처음 찾았다는 고교생 권기우(權己禹·17·강원도 삼척시)군은 "소나무 뿌리를 밟지 않을 수 없지만 소나무가 곧 넘어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20여년 전 1m 가량이던 등산로의 폭은 지금 2m 가량으로 넓혀졌다. 등산로 중간중간의 쉼터바위 주변과 산꼭대기 바위 틈에는 귤껍질과 과자봉지 등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경주 토박이 엄환섭(嚴桓燮·41·경주시 동천동)씨는 "고교 때 소풍으로 남산을 찾았을 때와 지금은 차이가 너무 크다"며 "40여개 등산로 중 사람이 많이 오르는 곳부터 휴식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주시 문화재 담당자는 "휴식년제 도입을 몇 번 검토했지만 아직 못하고 있다"며 "남산 종합보존대책을 세워 밖으로 나온 소나무 뿌리부터 흙으로 덮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