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고등학교만 마칠 수 있게 해달라며 아이들을 보냈지만 학생들은 3년 뒤 대학에까지 진학하는 성숙함을 보였다. 2회 졸업생 33명 중 30명이 올해 대학에 진학했으며 지난해에는 졸업생 39명 중 90%가 대학에 진학했다.
장애인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나균영양(19·광주시)은 조선대 사범대 특수교육과에 수시모집으로 수석 합격했다. 인성교육 덕분인지 졸업생 중 상당수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싶어했다.
이 학교는 설립 때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학교 건물을 구하려 했지만 주민이 문제학교 라며 번번이 거절했던 것. 주민은 그러나 지금 이 학교를 자랑스럽게 여길 정도로 바뀌었다.
양북면 출신 경주시의원 김상왕(金相旺·56)씨는 처음엔 문제학교가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제 전국적인 학교로 자랑하고 싶다 고 말했다.
경주화랑고의 성공에는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이 절대적인 힘이 됐다. 교사 13명 중 남녀 교사 8명은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24시간 부대낀다. 출퇴근하는 교사 5명도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하고 있다. 학생들의 금연교육을 위해 남자 교사들은 모두 담배를 끊었다.
학생기숙사 옆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고 있는 서종호(徐鍾澔·56) 교장은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도 다 껴안을 수 있다는 게 교사들의 좌우명 이라며 마지못해 입학하는 학생이 3년 뒤 화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아 뿌듯하다 고 말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