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많은 대학에서 이들 강좌가 수강생 부족으로 무더기로 폐강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순수 기초학문 외면과 대학의 취업고시 학원화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수년간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올해는 이런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기초학문 외면〓최근 수강신청을 마친 전북 익산시 원광대의 경우 교양과목인 인터넷강좌에는 500여명의 학생이 몰려 5개 반으로 나누어야 할 형편인데 반해 물리 수학 화학 관련 교양강좌에는 7, 8명만이 신청했다. 전북대는 ‘수학의 세계’ ‘일반생물학 및 실험’ 등 강좌의 경우 최소 인원인 10명에도 못 미치는 학생이 신청해 폐강되는 등 이번 학기에 개설된 3004개 강좌 가운데 순수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171개 강좌를 폐강했다.
또 영남대 71개, 대구가톨릭대 60개, 우석대 36개 강좌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 비인기 강좌가 수강생 부족으로 무더기 폐강됐다.
건국대의 경우 국어학 특강, 인식론, 독일어 회화 등 취업과 별 관계없는 과목을 중심으로 선택교양 22개, 전공선택 15개 등 총 37개 강좌가 폐강됐다.
건국대는 심지어 국어 수학 물리 등 교양필수강좌까지 학생들이 ‘지금은 피하고 나중에 듣자’며 신청을 안해 폐강 위기에 몰리는 바람에 8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경희대는 서울캠퍼스 7개, 수원캠퍼스 9개 강좌를 폐강했다.
서강대는 철학과와 종교학과 과목인 ‘청대실학’ ‘유교강독’ ‘한국전통문화연구’ 등의 강좌가 10명 내외의 수강 신청으로 폐강 위기에 처해 있다.
취업시 학점이 고려되기 때문에 학점 따기가 어려운 강좌나 실험실습 등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강좌들 역시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취업 강좌 인기〓영남대의 ‘진로선택과 취업준비’ 강좌에는 600명이 몰렸고 전주대의 ‘직업과 선택’에 331명, 우석대의 ‘진로선택과 취업’에 250명이 신청하는 등 취업 관련 강좌는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북대 경영학과 김모씨(25·2년)는 “철학이나 문학 등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진로와 관련 있거나 학점을 따기 쉬운 과목을 우선 신청하게 된다”고 말했다.
원광대 김정현(金正鉉·철학) 교수는 “기초학문을 전공하는 교수들도 신세대의 관심을 유발하는 교수법을 개발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며 “기초학문 보호를 위한 실용학문의 전문대학원화와 중고교의 기초 순수학문 교육 강화 등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
대구〓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이진구기자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