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재단도 언론탄압 개입" 의혹 증폭

  • 입력 2002년 3월 10일 18시 11분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가 언론개혁과 정권재창출에 관한 문건들을 보관해온 사실이 확인돼 아태재단의 언론개혁과 국정개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별검사팀이 이씨 자택에서 압수한 문건은 7쪽 분량의 ‘개혁의 완성도 높이고 통치권 강화 위해서는 중앙 신문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 ‘지방언론개혁 위한 방안 접근(광주·전남지역을 중심으로)’, ‘개혁을 추진하면서 통치권 강화시켜 정국안정 유도하고 차기 정권 창출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연구’ 등이다.

이씨는 문건의 출처와 입수 경위, 작성 주체 등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들 문건을 이씨의 범죄를 입증할 정황 증거로 사용하겠다며 중간수사 발표문에서 이씨에게 이런 문건을 유출한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공무상 비밀누설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범죄다. 대법원은 법령에 의해 비밀로 분류된 문서뿐만 아니라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항도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로 보고 있다.

앞으로 ‘이용호(李容湖) 게이트’가 ‘아태재단 게이트’로 비화되면서 언론개혁과 정권재창출에 관한 문건의 작성 주체, 이수동씨의 입수 경위, 아태재단이 공식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거나 배포했는지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이수동씨가 보관한 언론개혁문건은 종합일간지와 지방언론개혁을 망라하고 있어 작성 주체 및 시기, 문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한 의혹과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 등 언론사 세무조사 및 사법처리 집행자들은 이씨의 인사청탁 의혹과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거나 거론된 인물들이어서 이 문건의 작성 목적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중앙일간지 세무조사 및 사법처리가 이 문건을 매개로 아태재단 등 사조직에 의해 기획되고 정부기관도 사조직의 지시에 움직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세청 등 정부기관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사법처리가 정당한 징세권(徵稅權)의 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수동씨가 보관한 언론개혁 문건의 작성 경위가 드러나면 이런 주장의 허구가 또다시 확인될 수 있다.

정권재창출 문건도 김대중(金大中) 정부 집권 중반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 정국에서 파문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아태재단 관계자들은 9일 본보 취재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수동씨 자택에서 발견된 문건들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고 재단에서 작성하거나 배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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