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총기 강도… 시민은 불안하다

  • 입력 2002년 3월 10일 18시 12분


은행 폐쇄회로 TV에 찍힌 한빛은행 강도 범행순간(위)과 도주차량을 조사하는 경찰.
은행 폐쇄회로 TV에 찍힌 한빛은행 강도 범행순간(위)과 도주차량을 조사하는 경찰.
8일 충남에서 총기를 든 3인조 강도가 농협 현금수송 차량을 턴 데 이어 9일 서울에서 소총을 든 강도가 은행 지점에 침입해 강도행각을 벌이는 등 최근 총기를 이용한 금융권 강도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대구 달서구 모 은행 지점에서 엽총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4건의 총기사용 은행강도가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국내도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한빛은행 총기강도〓9일 오전 8시10분경 복면을 하고 소총을 든 20, 30대 초반 강도 2명이 서울 중랑구 상봉2동 한빛은행 중랑교지점에 침입했다.

은행 건물 뒤쪽 철제 쪽문을 통해 침입한 이들은 출근한 이모 지점장(51) 등 직원 8명의 두 손을 준비해간 끈으로 묶은 뒤 금고 문을 열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전 8시20분경 출근하던 한 간부 직원이 “강도야”라고 외치며 출입문을 열고 은행을 빠져나가자 이들은 직원들의 현금 70여만원과 신용카드 20여장을 빼앗아 은행 뒤쪽 주차장에 대기시켜 둔 흰색 싼타페를 타고 달아났다.

범인들은 망우리 방향으로 800m 남짓 달아나다 중랑구 중화동 주택가에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직원들은 “범인들은 검은색 특수부대원 복장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관직이 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총기탈취 동일범 여부〓경찰은 범인들이 도주에 사용한 차량의 도난 행적을 근거로 이들이 지난달 25일 발생한 서울 관악구 남현동 수방사 초소 총기탈취사건 범인과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또 이들이 은행강도에 사용한 총기도 수방사에서 탈취당한 K2소총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도주에 사용한 승용차가 수방사 총기탈취사건 발생 약 5시간 전인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원효로 4가 삼호아파트 앞에서 도난당한 차량인 것을 밝혀냈다.

또 이 차량에 부착된 임시번호판도 지난달 24일 자정부터 25일 오전 2시반에 경기 고양시 이모씨(29)의 차에서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20, 30대이고 170∼175㎝의 키에 몸놀림이 매우 민첩한 점, 검은색 복면에 주머니가 많이 달린 검은색 작업복을 입은 점 등도 총기 탈취 범인들과 매우 비슷하다고 밝혔다.

▽총기 범죄의 심각성〓범인들이 금융기관 강도에 사용한 총기는 군과 경찰에서만 사용하는 38구경 권총과 K2소총, 공기총 등 다양하다.

하지만 아직 범인들이 검거되지 않아 정확한 총기의 종류와 유출 경위 등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다른 범행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경찰에 검거된 수표위조단 중 1명은 미국제 리볼버 1정을 소지하고 있기도 했다.

또 종종 범행에 사용되는 ‘투투(two-two)’ 소총은 공기총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수도권 일대 공작소 등에서 50만∼400만원이면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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