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중고 교사들의 잡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해마다 관련 정책을 내놓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여전히 처리해야 할 잡무가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8일 이상주(李相周)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문창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교사들의 첫마디가 “각종 잡무를 처리하느라 교과 연구는 고사하고 수업도 팽개치기 일쑤”라는 하소연이었다.
교사도 공무원인 이상 어느 정도의 행정 업무는 감당해야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당연히 학생들을 위해 써야 할 시간과 정성을 빼앗기는 부작용을 낳는다. 급하게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떨어지면 수업도 중단하고 공문 처리에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니 교사의 본분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교원 잡무 경감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나 교육 현장의 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교사들의 잡무 가운데는 교육 당국의 의지와 작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줄일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한 교사는 “교육청에서 보관중인 내용을 정리하면 될 것도 학교에 공문을 보내 몇 개월 전에 이미 보고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내라고 요구하기 일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원도 교육청이 최근 교원 업무를 줄이기 위해 관례상 반복되는 불필요한 장부를 정비했더니 이 중 67%가 줄어든 사례도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교사들에게 “수십년 묵은 교원 잡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 행동과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침묵이 차라리 낫다. 지켜볼 일이다.
홍성철 기자 사회1부 sungchu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