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산책을 나온 이춘호(李春鎬·68·마포구 합정동)씨는 난지도의 ‘대변신’을 이같이 표현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악취가 풍기고 파리떼가 들끓던 쓰레기장인 난지도가 생태형 테마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5월 1일 문을 여는 월드컵공원은 10일 현재 92%의 공사 진척도를 보이고 있는데 야생화 심기와 잔디 입히기 등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월드컵공원 내 소공원 중 하나인 ‘평화의 공원’ 공사감독을 맡고 있는 천성호(千聖昊·40) 감리단장은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토심(土深)’을 유지시키기 위해 쓰레기를 제거한 뒤 그 위에 흙을 덮는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후손과 시민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 105만평 규모의 월드컵공원은 월드컵경기장과 강북 강변로 사이 평지에 조성된 평화의 공원 등 5개 소공원으로 나뉜다. 나머지 소공원은 △난지도를 끼고 도는 지천인 난지천공원 △한강 쪽 난지도 둔치에 요트장 등을 갖춘 ‘난지한강공원’ △해발 98m 높이의 상류 쪽 매립지에 전망대와 초지생태공원을 갖춘 ‘하늘공원’ △지난해 대중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갈등을 빚었던 하류 쪽 매립지인 ‘노을공원’ 등이다.
특히 13만5000평 규모의 평화의 공원 내 ‘난지호수’에는 자연정화 능력이 뛰어난 부들 아기연꽃 수련 등의 수생식물과 띠 속새 꽃창포 등 다양한 건생식물이 심어져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3만2000여평 규모의 ‘희망의 숲’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을 위해 전통 멍석 20여개가 설치된다.
5개의 소공원을 따라 흙길로 조성되고 있는 6.4㎞ 구간의 단축마라톤 코스도 한강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월드컵공원의 자랑 중 하나.
지난해 서울시가 이 일대에 나비 2만4000여마리를 방사한 데 이어 올해도 1만4000여마리를 방사할 계획이어서 ‘나비천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오후 경기 고양시에서 아들(7), 딸(4)을 데리고 이곳을 찾은 이기숙씨(32·여)는 “맑은 공기와 한강이 월드컵경기장과 잘 어우러진 데다 인근에 마포농수산물시장이 있어 장보기와 산책이 동시에 가능하다”며 “서울과 인접한 경기지역 주민들에게도 훌륭한 휴식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민 김학영(金學永·33·서울 금천구 가산동)씨는 “지리적으로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 월드컵대회가 끝난 이후 자칫 청소년탈선지역으로 변할 우려도 있는 만큼 당국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