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석차가 매겨지는 시험인데다 문제까지 까다로워 시험도중에 긴장한 학생들의 탄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새학기 들어 초등학생들이 과목별 성적은 물론 총점의 전국 석차까지 매겨지는 시험에 너도나도 응시하는 등 ‘모의고사 열풍’이 불고 있다.
▽모의고사 열풍〓교육업체인 E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를 주관하는 한 사설 입시기관과 공동으로 전국 규모의 초등학생 대상 모의고사를 9일 실시했다.
전국 300여개의 학원에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4과목을 130분 동안 치른 이날 모의고사에는 전국에서 초등학생 2만여명이 응시했다. 경기 구리의 J초등학교에서는 학생 1200여명이 단체로 응시했고 제주 Y초등학교도 단체로 응시했다.
이 업체는 이달 중순경 컴퓨터 처리를 통해 학생들의 4개 과목별 성적과 총점 전국석차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P학습지 업체도 1월 전국 초등학생 회원 5000명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에 대한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전국 석차 등이 포함된 성적표를 학부모들에게 e메일로 발송했다.
최근 들어 초등학생 회원을 대상으로 모의고사를 치르고 인터넷으로 성적표를 공개하는 인터넷사이트도 E사, C사, I사 등 6개나 생겼다.
▽왜 몰리나〓초등학생들이 모의고사에 몰리는 것은 일선 학교에서 지필고사 형식의 객관식 시험이 사라지면서 자녀의 학업 성적을 궁금해하는 학부모가 늘었기 때문.
98년 서울시교육청은 획일적인 암기식 교육에 따른 ‘학생 줄세우기’를 막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 형태의 객관식 지필고사를 금지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초등학생의 성적을 ‘읽기 능력이 뛰어나다’는 등으로 서술형 평가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초등학생 학부모 이모씨(42·서울 양천구 목동)는 “특목고나 대학에 입학할 때 시험성적이 중요한데도 학교에서는 객관적인 학업 성적을 알 수 없어 딸의 학업 수준을 알아보려고 전국 모의고사에 응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문제와 대책〓사설 학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은 획일적인 암기식 교육과 선행학습 중심의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고교생의 경우 2000년부터 사설입시기관이 출제한 모의고사를 학교에서 단체로 응시하는 것이 금지됐지만 초등학생에 대해서는 뚜렷한 금지 규정이 없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윤지희(尹智熙) 회장은 “초등학교 교육은 성적 중심이 아니라 전인적인 인성 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초등학생 대상 모의고사는 ‘학생 줄세우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객관적인 학업 성취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전국 초등학생 1%를 표집해 치르는 현행 학업성취도평가를 2005학년도부터는 전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하고 성적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