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비누 존/IT교육조차 주입식이라니…

  • 입력 2002년 3월 12일 18시 20분


요사이 한국 매스컴을 통해 인도 정보기술(IT)산업의 급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전해 듣고 있다. 가끔 TV를 보면 내가 몸담고 있었던 인도 교육기관의 모습과 학생들도 볼 수 있다. 이렇듯 인도의 IT산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바로 IT종사자들의 세계 진출이었다. 우선 IT전문가들이 같은 영어권의 미국 실리콘밸리 등 해외로 진출하게 되면서 임금에 비해 높은 지식과 능력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IT산업의 발전은 이러한 전문인력과 이를 양성하는 인도 IT 전문교육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의성도 강사가 이끈다?▼

IT전문가를 꿈꾸는 한국 학생들을 보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하루 8시간 남짓한 연속적인 강의시간 외에 남아서 자습을 하는 학생들의 학구열이었다. 하루 2∼3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하는 인도 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 의지와 정신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 학생들은 하루 3시간 정도의 수업과 본인의 예습 복습 위주로 이루어지는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의 교육법에 익숙해 있다. 이는 주입식 교육과 자기학습의 적절한 비율로 구성된 과학적인 교육시스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철저히 강사 주도형 교육에 익숙해 있고, 또한 이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강사의 전달식 교육을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

인도 학생들의 경우 강사는 철저히 강의 내용만 전달해 주고 그 이상의 습득과 개발은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자기계발의 방향조차 강사가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는 점이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교육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나에게 가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분명 한국이 인도보다 앞선 나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IT인력 부문에서 인도의 IT전문가들이 한국의 전문가들에 비해 세계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음 또한 분명하다.

이는 첫째, 기초에 충실하고자 하는 인도 IT교육의 방침과 이를 이견 없이 받아들이는 학생들 때문이다. 한국 학생들의 경우 상당히 똑똑하고 사물을 보는 시각이 정확하고 적극적이며 의지 또한 풍부하다. 또한 강사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잘하고 빠르다. 하지만 이를 고민하고 활용하는 부분에서는 아직도 미숙한 점이 많다. 이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탓이 아닐까. IT전문가는 항상 뭔가 고민하고 활용하고 개발하려는 상상의 세계에 있어야 함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둘째, 학벌 위주 교육보다 전문인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경우 대학진학 때부터 본인의 진로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설정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대학 입학을 우선하는 학벌 위주의 교육이어서 인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셋째, 영어가 모국어라는 점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경우 초기에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간혹 교육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 때도 있다.

한국의 IT 인재들이 세계적인 IT 인재로 성장하기에는 영어의 생활화가 정말 절실한 필수 조건이다. 초기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뒤에 초등학교부터 영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다소 놀랐다. 이는 많은 시간을 영어교육에 투자하면서도 생활에까지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의 경우 영어만큼은 공교육에서 사교육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세계를 보는 눈 키워야▼

학생들과 지내면서 향후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대부분 학생들의 목표가 해외 진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해외로 한번 나가 보자라는 막연한 꿈에 앞서 마인드 자체의 세계화와, 광범위한 세계를 직시하는 눈을 키우고 스스로를 개발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한국의 IT 인재들이 인도 이상으로 세계적인 IT 인재들로 육성될 수 있을 것이다.

<비누 존은 누구?>

1972년 11월 인도 남서부 코친에서 태어나 인도 코친의 다타프로 정보대학에서 전자계산을 전공한 뒤 인디라 간디 대학에서 컴퓨터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제로네 테크놀로지에서 1997년까지 컴퓨터학 전임강사를 지냈으며 인도 앱텍의 코친 리저널센터의 전임강사로 활동했다. 지난해초 한국에 들어와 ㈜한국아이티엠 강남교육센터에서 IT 전문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비누 존 (주)한국아이티엠 IT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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