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서울의 한 병원 안과 레지던트로 선발된 뒤 수련을 받다가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의 2명이 모두 개원해 나가는 바람에 더 이상 이 병원에 머무를 수가 없었던 것.
현행법상 병원이 레지던트나 인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의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 이 병원은 결국 데리고 있던 수련의를 방출해야 했다.
이처럼 종합병원 전문의들이 너도나도 개원하면서 수련의들이 교육받을 병원이 사라져 의사수급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 의료보험 제외 과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 일부 종합병원은 이런 과들을 없애기도 하는 실정이다.
▽실태〓올 초 서울 강남 B병원 안과의 경우 전문의 9명 가운데 5명이 무더기로 빠져나가 개원했다. 또 경기도의 C병원과 D병원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모두 빠져나가 성형외과가 아예 없어졌다. 일부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안과 등 소규모 과들이 사라지고 있다.
성형외과 레지던트 3년차인 E씨(31)는 “지난해 몸담고 있던 병원의 전문의 2명이 개원하는 바람에 병원을 옮겨야 했다”며 “새로운 병원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옮기는 과정에서 낭비한 시간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2002년 현재 수련의 지정병원은 전국적으로 246곳. 이 가운데 수련의 지정병원으로 지정됐다가 전문의의 개원 등으로 수련의들이 분산 배치된 경우는 2001년 83명으로 2000년 37명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원인 및 문제점〓수련의들이 수련 받을 병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을 담당하는 종합병원의 전문의들이 처우에 대한 불만과 고수익을 위해 개원하면서 병원을 떠나기 때문이다.
한 종합병원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를 하다 개원을 한 김모씨(44)는 “돈 문제도 있지만 종합병원에서 규모가 작은 과 의사들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에 자존심이 상하거나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전문의들이 종합병원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협의회 최창민(崔彰旼) 회장은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과별 의사의 수급에 불균형이 생길 수 있고 또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한 수련의들로 인해 의료 소비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가톨릭 성모병원은 모병원과 각 지역의 자병원들을 연계해 전문의 결원으로 수련의의 병원 이동이 불가피할 경우 자동적으로 이동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수련의들의 이동이 잦거나 전문의 결원이 자주 발생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지정병원 취소나 지정신청 거부 등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