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범죄 극성…5개월새 9건 발생-검거는 1건

  • 입력 2002년 3월 13일 18시 56분


최근 총기를 사용한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찰의 검거 실적은 고작 1건에 그쳐 월드컵을 앞두고 치안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전북 군산의 농협에서 가스총으로 무장한 20대 남자가 현금 582만원을 턴 것을 비롯해 8일 충남 서산의 농협 수송차량 강도사건, 9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한빛은행 강도사건 등 지난 1주일간 일어난 총기 강도사건만 3건에 이른다.

여기에다 지난해 10월 대전 대덕구에서 일어난 경찰관 38구경 권총 도난사건부터 따지면 5개월 사이에 무려 9건의 총기 관련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경찰은 충남 서산 3인조 강도 중 2명을 붙잡았을 뿐 나머지 사건은 아직 해결의 실마리조차 못 잡고 있는 상태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총기류 사용 범죄는 98년 3건이 일어났고 99년과 2000년에는 1건도 없다가 지난해 3건, 올 들어서는 벌써 3건이 발생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97년 18건, 98년 18건, 99년 14건, 2000년 17건에서 지난해는 20건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강력범죄의 증가 자체를 놓고 경찰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사건 이후 경찰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 수사의 미진함을 따지기보다는 금융기관의 자체 방범에 문제가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구태의연한 수사 방식으로 사건의 단서조차 잡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같은 유형의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것은 경찰시스템 차원의 문제라는 것.

특히 세계적인 행사인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터라 총기를 이용한 다른 유형의 범행이나 심지어 테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황우(李璜雨) 교수는 “털리면 무조건 경찰책임이라고 말하는 것도 문제지만 경찰의 총기 관리에도 상당한 허점이 있다”며 “무기고와 경찰관의 휴대 총기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는 등 사건의 사후처리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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