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씨는 김 의원이 지병 치료차 미국으로 간 지 열흘 후 출국, 2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용호 사건 특검팀의 조사를 피하기 위한 출국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씨는 김 의원과 동향(목포)인데다 경희대 선배로 김 의원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지난해 8월 김 의원이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 휴가를 즐길 때도 동행했다. 정씨는 이때 이용호씨 사건과 관련된 여운환(呂運桓)씨를 ‘아끼는 사업가 후배’라며 김 의원에게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은 김 의원과 정씨의 이런 관계를 근거로 정씨가 이용호 게이트의 주요 인물이라고 주장해 왔다. 최근 국회에 제출한 대통령 친인척 및 권력핵심 ‘13인방’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에서도 정씨를 권력핵심 인사 중 한 사람으로 포함시켰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들 13인 중 김 의원과 정씨, 김 의원의 동생 홍걸(弘傑)씨, 김 의원의 외삼촌 차창식씨,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 재미사업가 조풍언(曺豊彦)씨 등 6명이 해외 출국한 상태라며 검찰의 소홀한 대처를 비난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정씨는 김 의원과 여씨를 연결시켜준 핵심 인물인데 검찰이 그의 출국을 묵인한 것은 사실상의 도피 방조”라며 “여권의 상당한 비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은 “정씨가 해외에 나갔는지조차 모른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지금 김 의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부인 및 수행비서와 함께 가료 중으로 정씨의 출국은 알지도 못하고 함께 있지도 않다”며 “한나라당이 정씨의 출국을 억지로 김 의원과 연계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