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총기탈취 사건등 마구잡이수사 물의

  • 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17분


군과 경찰의 총기 탈취 및 은행 강도 수사가 마구잡이 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수사 대상자들을 군부대로 불러 조사하는가 하면 명확한 증거도 없이 주변인을 대상으로 공개수사를 펼쳐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경우는 지난달 25일 발생한 수도방위사령부 총기 탈취 사건 수사와 관련해 특히 심한데 이후 발생한 금융기관 강도사건도 용의자들이 군복 차림이었다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주로 수방사 전역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99년 수방사를 전역한 임모씨(32)는 총기 탈취 사건과 관련해 군과 경찰이 주변인들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수사하는 바람에 견디다 못해 1일 군부대에 자진 출두했다.

총기를 탈취 당한 피해자가 대질신문에서 “범인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수사팀은 서울에 있는 임씨의 누나 가게까지 찾아와 임씨의 행적을 댈 것을 종용했다.

또한 수사팀은 통화명세 조회를 통해 알게 된 임씨 애인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사건 당시 행적을 말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

임씨는 “유력한 용의자도 아닌데 수방사를 제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99년 여름 이 부대를 전역한 박모씨도 공개수사에 놀란 집 주인 등 이웃들에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박씨는 “족적 대조와 대질심문까지 받아 의혹을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후에도 수사관들이 내가 없는 사이 집으로 찾아와 행적을 캐묻곤 했다”며 “놀란 아내가 울면서 전화를 하고 집 주인이 의심을 하는 등 고통이 심하다”고 말했다.

충남에 사는 이 부대 전역자 이모씨는 8일 발생한 충남 서산 총기은행강도 용의자로 몰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씨는 “수방사에서 탈취 당한 K2소총과는 관계없는 공기총 강도사건인데도 불구하고 동일범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았다”며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막 다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대 전역자 윤모씨도 부산 출장 근무 중 현지에 파견된 수사팀에 의해 임의로 7시간이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군경 수사당국은 수방사 전역자 중 군생활 불만자, 부적응자로 지목된 470여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주로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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