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시내 입시학원들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문계 진학반(45∼50명)마다 5, 6명씩 자연계반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대성학원은 11개 인문계반 학생의 10%인 60명가량이 이날 자연계로의 전환을 신청하고 당장 15일부터 자연계반에서 수강하기로 했다.
종로학원도 29개 인문계반 전체 인원의 10%가량인 150여명이 자연계로의 전환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자연계로 옮기려는 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의학계열 희망자”라고 말했다. 고려학원은 13개 문과반에서 반마다 5∼7명씩 계열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
재수생 이모군(19)은 “지난해 자연계 수능을 보고 의대에 지원했다가 실패해 올해는 인문계 수능에 응시해 점수를 더 올린 뒤 교차지원할 생각이었다”며 “꼭 의대에 가기 위해 자연계로 돌아가 수학 과학과목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과전문학원에도 교차지원을 노리고 인문계를 택했던 재학생들이 자연계 수험생을 위한수학 과학강좌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단과학원인 정진학원은 이날 오전 수험생 10여명이 자연계 강좌에 대해 문의하는 등 자연계 지원자가 늘 것으로 보고 4월부터 수학Ⅱ와 물리Ⅱ 등 자연계 강좌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우수생이 많은 외국어고도 비상이 걸렸다. 외국어고는 인문계반만 개설돼 있는 데다 교차지원을 통해 의대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아 학교 측도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 D외고 관계자는 “지난 입시에서도 10명 정도의 학생이 교차지원으로 의대 치대 한의대에 합격했는데 올해는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것 같다”며 “올해도 3학년 500여명 가운데 30여명이 의대를 지망하고 있고 이 중에는 불이익을 무릅쓰고 교차지원하려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