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록 밴드 연주 경력 10년째인 김대우씨(28·기타리스트)는 최근 홍익대 인근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밴드방을 보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마땅한 공간이 없어 연습실을 ‘구걸’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음악하는 데 신바람이 절로 납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이곳에는 10여곳의 밴드방이 앞다퉈 문을 열었다. 수년 전부터 들어선 드럼 전문 연습실까지 합치면 록 음악인을 위한 연습실은 모두 20∼30여곳에 이른다.
▽밴드방 시설〓드럼과 기타 앰프 등 각종 연주시설과 3∼5개 정도의 연습실을 갖춘 밴드방은 개인 연습실을 갖지 못한 록 밴드들이 시간당 6000∼1만8000원 정도의 싼 이용료를 내면 연습을 할 수 있다.
연습실은 주로 6∼10평 규모로 완벽한 방음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 상당수 업소는 신소재 방음재와 고가의 악기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3월 인테리어와 악기 구입비 등으로 모두 1억원을 투자했다는 밴드방 ‘코랄’의 내부는 신소재 방음재인 ‘듀비보드’와 ‘방진 고무’ 등이 설치돼 있다.
연습실에 비치된 각종 악기도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손색이 없다. 홍익대 맞은편 청기와예식장 뒤편에 위치한 ‘주노 합주실’에는 800만원짜리 일제 야마하 드럼과 500만원짜리 베이스기타 앰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외제 악기들이 갖춰져 있다.
▽실태 및 전망〓드럼 경력 10년째인 박필진씨(28)는 “한 달 공연 수입이 50만원을 넘지 않는 록 음악가들에게는 연습실 비용이 큰 부담이었는데 밴드방은 가격이 저렴한 데다 연습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록 음악가들은 밴드방이 생기기 전에는 보증금 300만∼500만원에 월 30만원 정도를 부담하는 지하 사글셋방을 단독으로 또는 다른 밴드와 공동으로 얻어 연습해 왔다는 것.
이처럼 밴드방이 늘어나면서 밴드방 매매도 활발한 편이다. 밴드방 매매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인터넷 사이트(www.mule.co.kr)까지 등장했다.
또 밴드방은 홍익대 인근을 중심으로 해 서울 목동과 잠실, 인천, 경기 광명 등지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밴드방 업주들은 사업 전망이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록 밴드들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한정된 록 음악 시장의 특성 때문에 계속 밴드방이 생길 경우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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