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드라의 잃어버린 6년 우리가 찾아줄때"

  • 입력 2002년 3월 15일 18시 16분


‘한 네팔인 여성을 위한 참회의 모금운동.’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과 생태잡지 ‘녹색평론’이 15일부터 한 네팔인 여성 돕기 모금운동에 나선다.

찬드라 꾸마리 구릉(46). 92년 2월부터 한국에서 일하다가 경찰과 병원 등의 행정착오로 한국인 정신병자로 둔갑, 무려 6년 4개월간 정신병원에 감금됐다 풀려나 가까스로 고국으로 돌아간 여성이다.

1993년 11월 당시 단기 비자를 받고 합법적인 신분으로 서울 광진구 자양1동의 섬유회사에서 일하던 찬드라씨는 한 가게 주인과 계산 문제로 다투다 동부경찰서에 넘겨졌으며 단 하루만에 1종 행려자로 처리돼 청량리 정신병원으로 이송됐다. 한국인과 외모가 비슷한 반면 행색이 초라하고 한국어에 서툴렀기 때문이다.

청량리 정신병원에서 ‘선미야’라는 이름까지 얻은 그녀는 이후 서울시립부녀보호소를 거쳐 용인정신병원에 감금됐다. 그로부터 6년 4개월 뒤인 2000년 3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과 재한 네팔공동체 등의 도움으로 그녀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그녀를 도왔던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최성각(崔性珏) 사무처장은 15일 발간되는 풀꽃세상 기관지 ‘풀밭’ 5호와 격월간지 ‘녹색평론’ 3∼4월호에서 그녀에 대한 속죄의 모금운동을 제안했다.

지난해 4월 네팔의 찬드라씨 집을 방문했던 최 처장에 따르면 찬드라씨는 귀국 뒤 고향의 산골마을에서 닭을 치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으며 ‘내게 닥친 불행은 자신이 못 배웠기 때문’이며 ‘한국인이 모두 나쁜 사람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 그러나 최 처장은그녀가 잃어버린 6년여의 세월에 따른 상처는 큰 듯했다고 전했다.

그는 “참회모금 운동은 찬드라씨로 상징되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중적 태도를 반성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기 위한 작은 성의표시”라고 말했다.

한편 찬드라씨의 귀국 뒤 국내 인권변호사 등이 대한민국 정부와 청량리 정신병원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주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모금은 15일부터 3개월간 이뤄진다. 계좌번호 우체국 011890-01-004200, 국민은행 032-01-0478-909(예금주:풀꽃세상).

서영아기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