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성환씨 수억 돈세탁 김홍업씨에 전달했다"

  • 입력 2002년 3월 18일 06시 5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가 고교 및 ROTC 동기인 김성환(金盛煥·전 서울음악방송 사장)씨의 차명 계좌를 통해 수억원을 전달받은 사실이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에 의해 확인됐다.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팀은 17일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를 추적한 결과 김성환씨가 거액의 자금을 벤처기업인 H사를 통해 세탁한 뒤 이를 김홍업씨에게 전달한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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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이날까지 계좌추적을 벌인 결과 김성환씨가 관리한 출처 불명의 자금 규모가 10억원을 넘고 외부 자금을 H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세탁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25일 만료되지만 김홍업씨와 아태평화재단의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90년대 초반 자본금 1억7000만원이던 H사가 99년 코스닥에 등록한 뒤 2000년 5월 자본금 81억9000만원, 매출액 630억원 규모의 인테리어 업체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여권 실세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김성환씨가 H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여권 핵심 인사들도 H사를 통해 정치자금을 제공받거나 세탁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H사의 대주주인 장외 금융 벤처기업 G사는 외형상 H사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데도 장내에서 H사의 지분을 대량 매입해 H사와 G사에 대한 여권 실세의 지원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김홍업씨측은 김성환씨가 7억∼8억원대의 별도 차명 계좌를 통해 김홍업씨와 자금 거래를 한 단서가 포착됐다는 본보의 보도(13일자 A1면)에 대해 “김성환씨의 차명 계좌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었다. 특검팀은 이날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를 소환해 지난해 11월경 이용호씨에 대한 대검 수사 상황을 알려준 검찰 간부가 누구인지를 추궁했다. 특검팀은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과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의 유무선 통화 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수동씨와의 통화 사실을 추적 중이다. 특검팀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16일 국회 법사위에 전달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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