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시대 민주시민의 명동성당 농성과 오늘날 파업 노동자들의 농성은 구별되어야 한다. 발전노조 집행부가 민주시민을 독재정권의 공권력으로부터 보호한 명동성당의 성역(聖域) 역할을 자신들에게도 제공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발상이다. 발전노조의 파업은 불법일뿐더러 그들의 천막 농성을 성당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자들이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농성 주동자들은 “이익단체들이 자기 주장을 위해 성당을 이용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신자들의 의사를 존중해 자발적으로 성당을 떠나야 할 것이다. 발전노조측의 요구가 당당하다면 천막을 치고 20여일째 성당 구내에 눌러앉아 수많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자들이 노조원들을 무조건 성당 밖으로 내치려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신자들은 노조원들이 안전하게 제3의 장소로 떠날 수 있도록 버스를 제공하고 신부 한명을 동승시키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하니 얼마든지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학장단이 민주노총 등 서울대에서 집회를 가진 노조와 단체에 공문을 보내 “캠퍼스에서 집회를 하지 말라”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존중돼야 한다. 특정집단이 이기적 목적 달성을 위해 성당이나 학교를 더 이상 농성장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