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총장의 적절치 못한 처신

서울대 이기준 총장이 LG화학의 사외(社外)이사를 겸직해 온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자 어제 사외이사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 총장의 겸직은 국가공무원의 영리 업무 겸직을 금지한 현행 규정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다. 국립대 총장은 외부 직책을 겸직할 때 교육인적자원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이 총장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이중으로 규정을 위반했다.

물론 사외이사의 경우 영리 활동으로 보기보다는 기업을 감시하는 공적(公的) 활동의 일환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교수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2년 전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어 이미 교육부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 총장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교수도 아닌 대학 총장이 학교 일을 제쳐두고 다른 회사를 위해 일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 총장은 4년 동안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해당 기업으로부터 연간 2000여만원씩을 연구비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근로자의 1년치 임금에 해당되는 돈이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각도 존재한다.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이 정도의 높은 보수를 받는다면 사외이사의 역할을 ‘영리 활동’이 아닌 순수한 ‘공적 활동’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서울대 총장이라는 자리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아무리 대학의 위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해도 서울대 총장은 여전히 국내 대표적인 지성의 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일반인들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처럼 몸가짐을 둘러싼 논란에 서울대 총장이 휘말리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며 사과 표명 등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