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조 통합 '제3노총' 나오나

  • 입력 2002년 3월 18일 18시 18분


국내 노사관계의 중심축이 민간부문에서 공공부문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이는 최근 공공노조가 노사분규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공무원노조가 정부의 방침을 어기고 출범함에 따라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공공노조는 뛰어난 단결력을 앞세워 향후 대(對)정부 교섭을 이끌면서 전체 노사관계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관계에서 노정관계로〓철도와 가스 발전 등 3개 공공노조가 지난달 25일 연대파업을 강행하면서 올해 노동운동의 방향이 ‘대정부 투쟁’으로 맞춰졌다. 특히 발전산업노조는 18일 22일째 파업을 이끌어 과거 대규모 민간기업 노조의 투쟁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또 16일 일부 공무원들이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 출범을 강행하면서 공공노조와 정부간 마찰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24일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이 또 다른 공무원노조를 설립하면 대정부 전선(戰線)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어 대조를 나타냈다. 최근 한국노동교육원은 기업체 239곳을 조사한 결과 노와 사의 21.3%(지난해 8.3%)와 20.9%(〃 5.3%)가 올해 노사관계를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노조 ‘제3노총’ 가능성〓공노련은 규약에 ‘필요시 국제단체 등에 가입할 수 있다’고만 밝히고 상급단체 가입은 언급하지 않았다. 공노련 이정천(李正天) 위원장은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를 섣불리 선택하지 않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노동계에서는 현재 공노련과 전공련이 물밑에서 추진하는 통합이 가시화되면 대상조합원이 35만명에 이르는 ‘공룡 노조’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공공노조가 합류할 경우 조합원 60여만명의 ‘제3노총’의 설립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무원노조를 산하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활을 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공공노조의 특징〓민간노조가 임금인상 등을 우선 추구하는 것과 달리 공공노조는 권익 확보를 요구하는 특징이 있다. 또 정부가 예산수립과 지출 조직을 직간접적으로 관장하기 때문에 공공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협상하겠다고 주장한다. 공공부문은 인사가 잦아 노조를 전담하는 전문가가 적은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노동연구원 최영기(崔榮起) 부원장은 “그동안 공공부문은 노사 갈등이 적어 문제 해결능력 역시 축적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공공부문의 사용자단체를 구성해 노조와 공동교섭을 하는 등의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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