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곧 끝난다"…도피-소환불응 잇달아

  • 입력 2002년 3월 19일 19시 05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특검 수사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들이 도피하거나 수사에 불응하는 ‘특검 말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아태평화재단 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가 잠적한 것이나 이용호씨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직적인 개입 및 비호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공시조사실장이던 윤승한씨가 특검 수사에 불응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지난해 11월 대검 수사 정보를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간부가 자진해서 특검팀에 출두하지 않는 것도 특검 말기현상으로 꼽히고 있다.

주요 피의자나 참고인들이 특검 수사 기간 만료 때까지 수사에 불응하는 이른바 ‘버티기 작전’을 벌이면서 얼마 남지 않은 특검 수사가 크게 차질을 빚고 있다.

김성환씨의 잠적으로 김홍업씨와 아태재단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는 며칠째 답보 상태다. 김성환씨는 심야 시간대를 이용해 아태재단 관계자 등을 만나 모종의 대책을 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이 김성환씨의 1억원 차명계좌와 10억원 차명계좌를 차례로 발견했으나 자금 세탁이 워낙 치밀하게 이루어져 자금의 출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김성환씨와 김홍업씨 또는 아태재단의 거래 관계와 거액의 출처는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서만 규명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씨의 수사 불응으로 이용호씨 주가조작 사건을 초기에 조사하면서 파문을 증폭시킨 금감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도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은 이용호씨를 수사 의뢰하자는 조사팀의 의견을 묵살한 윤씨를 소환 조사한 뒤 김영재(金暎宰) 전 금감원 부원장보와 금감원의 공식 비공식 결재 라인의 비리를 수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해외에 체류중인 윤씨에 대한 본국 소환이나 이용호씨 계열사 조사 라인에 대해 올해 2월 중순 이후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아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정학모 전 LG스포츠단 사장이 출국한 것도 특검 수사 말기현상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 전 사장은 이용호씨 주가조작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었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에 불응하던 인물과 조직들이 오히려 정당한 의혹을 제기한 언론과 특검팀을 협박하거나 역습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특검 수사에 불응하거나 도피한 인물들과 의혹
이 름직책(관계)특검 수사 상황의 혹
김성환전 서울음악방송 사장
(김홍업씨 고교 동창)
김홍업씨에게 1억 전달한 차명계좌와 7억∼8억의 또 다른 차명계좌 발견아태재단과 김홍업씨 비자금 불법 모금 및 관리 의혹
윤승한 전 금융감독원 공시조사실장이용호씨 검찰 수사의뢰하자는 조사팀 의견 묵살 이용호씨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조직적 개입 및 비호 의혹
정학모전 LG스포츠단 사장여운환씨와 긴밀한 관계이용호씨 주가조작 지원 의혹
김현성 전 한국전자복권 사장이용호씨에게 30억 불법 대출해주고 13억9000만원 받아 관리이용호씨 비자금 관리 및 정 관계 로비 의혹
윤명수전 로케트전기 전무이용호씨 구속된 뒤 일본으로 도피이용호씨의 리빙TV 경마 중계권 인수 개입
최갑수이용호씨 장인이용호와 횡령 및 주가조작 공모정치권 로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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