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살생부’ 노조委長 개입

  • 입력 2002년 3월 20일 17시 54분


한국마사회의 정리 해고 작업에 당시 노조위원장이 깊이 개입했으며 회장과 정리 대상자 선정과 인사 문제까지 상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이른바 ‘구조조정용 살생부’ 문건을 본지에 공개한 전 회장 여비서 김형아(金炯娥·32)씨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오영우(吳榮祐) 당시 마사회장도 “노조위원장과 정리 대상 및 기준에 대해 상의했다”며 이를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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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당시 신일수(申日洙·42) 노조위원장이 비서실 이은호(李恩鎬·43·현 성동지점장) 과장과 비서실에서 10여 차례 이상 정리 대상자 선정 문제를 상의했고 인사 발령 문제까지 얘기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98년 4월 부임한 오 회장과 비서실장이 직원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주로 이 과장이 인사부서에서 받은 자료와 주관적인 평가를 담아 문건을 작성했다”며 “다른 임원들도 문건을 보고 논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신 전 위원장은 해고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사측의 증인으로 나와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5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신씨는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에 관해 사용자와 노조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사측과 합의한 것처럼 위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신씨는 당시 위원장 재선을 위해 조합원들의 환심을 사야 했기 때문에 사측이 비노조원 1, 2급 간부를 대량 해고하는 것을 묵인하는 데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신씨는 “내가 직접 대상자를 선정하지는 않았다”며 “3급 이하 조합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1, 2급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넘어간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건 작성자로 추정되는 이은호 당시 비서실 과장은 20일 휴가를 내고 잠적했으며 휴대 전화로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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