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살생부 공개한 당시 女비서 "회장 책상위 문건 복사"

  • 입력 2002년 3월 20일 18시 11분


한국마사회의 ‘구조조정용 살생부(殺生簿)’ 관련 문건을 본보에 제공한 전 회장실 여비서 김형아(金炯娥·32)씨는 20일 “그동안 문건 공개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다시는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문건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문건은 언제 누가 작성했나.

“오영우(吳榮祐) 회장이 1998년 4월에 부임한 뒤인 6, 7월경부터였다. 당시 비서실 이은호 과장이 주로 작업했다. 이 과장은 가끔 작업 중이던 컴퓨터 화면을 띄워놓은 채 외부에서 손님을 만나고 오기도 했다. 함께 있던 다른 여비서도 문건을 봤다.”

-문건을 어떻게 복사했나.

“회장님 책상에는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중요한 문서를 보다가 외출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아침에 일찍 나와서 복사했다. 분량이 많아 나눠서 복사한 뒤 집 옷장에 보관해왔다.”

-회장이나 다른 임원들이 문건을 보는 장면을 본 일이 있는가.

“회장님 책상 위에 문건들이 널려 있는 것은 여러 차례 봤다. 총무이사 책상 위에서도 문건을 봤고, 대부분의 이사들이 거의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일수 전 노조위원장이 오 회장과 자주 대화를 나눴나.

“신 위원장은 회장실에 오면 우선 이 과장과 얘기를 많이 하고 나서 회장실로 들어갔다. 이 과장은 회장실로 들어가는 신 위원장에게 ‘그렇게 얘기해’라고 말하곤 했다. 자기들이 다 결정해놓고 회장에게 통보만 하는 것 같았다.”

-문건에 직원들의 정치 성향을 기록한 내용이 많은데, 정치 성향을 따로 조사했는가.

“이 과장이 어떤 직원이 어느 당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을 지지하는지 많이 알고 있었다. 정치 성향을 따로 조사한 적은 없고 자기가 판단한 대로 적은 것 같았다.”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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