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교사가 10년 전 사고로 실종된 남편을 그리워하며, ‘영원히 출타중’인 그에게 책 한권을 바쳤다.
주인공은 경남 창원 중앙여고 역사교사로 의령 경남학생교육원에 파견 근무중인 왕혜경(王慧¤·45·사진) 교사. 책 이름은 ‘또 기다리는 편지’.
235쪽인 이 책에는 사고 2년전 부터 남편의 제자들이 방학 과제물로 보내온 편지 122통과 남편이 쓴 연애편지, 왕교사의 동생과 친구들이 왕교사에게 보낸 위로사연 등으로 채워져 있다.
왕 교사의 남편인 박종인(朴鍾仁·사고당시 32세)씨는 결혼 9개월만인 92년 1월31일 밤 전남 여수 연도 앞바다 갯바위에서 동료 교사 3명과 낚시를 하다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부산 가덕도 출신으로 마산 성지여고 국어교사였던 박씨는 낚시를 무척 좋아했다고 왕교사는 전했다.
왕교사는 “꿈이 담긴 여고생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책으로 한번 엮어보자’고 했던 남편과의 약속을 이제야 지키게 됐다”며 “오랫동안 미뤄온 숙제를 끝낸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유가(有價)인 이 책을 팔지는 않을 생각이다. 1000권을 찍어 경남도내 모든 고등학교에 2권씩 보냈다. 그리고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시댁에도 부쳤다.
마산〓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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