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시장의 이상한 비자금 해명

  • 입력 2002년 3월 21일 17시 32분


20일 대구시청 기자실.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은 최근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비자금 의혹’(본보 21일자 A5면 보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나와 관련된 괴문서가 나돌고 심지어 부동산까지 타인 명의로 은닉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면서 “대구시민과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 사죄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자금이 있다면 90년 4·3보궐선거 당시 쓰고 남은 선거자금일 것이며 그 돈은 당시 선거참모였던 이모씨(65)가 관리해와 나는 아는 바가 없다”며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정당 관계자는 “정치인에게 돈(정치자금)은 생명수와 같다”며 “문 시장의 말대로라면 4·3보궐선거 때 쓰고 남은 돈을 ‘주인 없는 돈’으로 방치했다는 말인데 한국적 정치상황에서 이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의 한 공무원은 “천문학적 선거자금이 드는 시장선거를 두차례 치른 문 시장의 개인재산이 선거 후 공직자재산등록 때 한번도 줄어든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비자금’의 선거활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위야 어찌됐건 문 시장은 비자금 조성이 사실로 밝혀지면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당과 국회의원만이 후원회를 통해 모금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과 공직자 재산등록의무도 위반한 것이 된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지역 정치권 인사와 문 시장에게 관련자료를 공개할 것과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진상조사 활동에 돌입할 태세다.

‘비자금 의혹’ 제기가 자신에 대한 정치권의 음해공작이라고 주장하며 이날 한나라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 불참을 전격 선언한 문 시장의 다음 행보에 시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대구에서>

정용균 지방취재팀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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