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문건 폭로 직원 양심선언문 요지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40분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소박하고 간절한 심정으로….

인간은 평등합니다. 신 앞에서, 법 앞에서 평등하고 사회 속 그리고 사람과 사람 앞에서도 평등합니다.

사우 여러분, 우리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요. 그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한파가 온 나라의 직장과 가정을 휘몰아치던 시절…. 우리는 공포에 떨며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또는 아내와 밤늦도록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자신의 앞날과 회사의 장래를 근심하며 잠 못 이루었지요.

그 광풍의 와중에 그들은 흡사 점령군처럼 우리의 직장을 유린하고 우리를 가름하고 판단하고 규정지었습니다. 하여 마침내 우리를 무릎 꿇렸고 혹자는 살아남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부인했으며 혹자는 아무런 저항도 꿈꾸지 못하고 죽음 같은 침묵과 고요 속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지요.

우리는 이것이 우리 조직의 반목과 갈등과 상처의 가장 커다란 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비정한 98년의 학살이 아픔의 근원이 되어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고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수치로 자리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 문건에 대한 문제 제기와 공개가 마사회에 대한 이미지 저하를 초래함은 물론 지역감정에 기초한 정치 사회적 논란이 거세게 불붙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어느 지역 출신의 누가 집권하든 다시는 우리의 일터에서 이와 같은 무분별하고 편향된 홀로코스트가 반복되지 않고 또한 그에 편승한 연례행사와도 같은 줄서기 행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직 평등하고 바른 사회를 꿈꾸는 지극히 소박하고 간절한 심정으로 우리의 아픔과 수치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사회의 판단을 구합니다. 그로써 우리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밝고 스스럼없는 건강한 직장으로 새롭게 태어나 직장 내 정의와 민주주의가 바로 서기를 감히 꿈꾸어 봅니다.

2002년 3월21일

김용철 김형아 김홍기 박한규

신인수 신재용 신현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